[시그널] 카카오페이 상장, 결국 11월로 늦췄다

플랫폼 규제 겹쳐 '세번째 IPO' 도전
공모가 6만~9만…내달 25~26일 청약
법 위반 논란 일부 금융 서비스 중단
'첫 100% 균등배정' 흥행몰이 예고
카카오 3.9%↑ 7거래일 만에 반등



카카오(035720)페이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선다. 지난 7월 첫 증권신고서 제출 후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으로 두 차례 상장 일정이 밀렸는데 금소법에 맞춰 상품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이번에는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관심이 몰렸던 공모가는 한 차례 할인한 가격을 유지했다. ★본지 9월 15일자 5면 참조


카카오페이는 IPO 수요예측 일정을 오는 29~30일에서 다음 달 20~21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정 증권신고서를 24일 공시했다. 수요예측 일정이 밀리면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기간도 10월 5~6일에서 같은 달 25~26일로 연기됐다. 공모가는 6만~9만 원으로 최대 1조 5,3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기업가치도 기존에 제시한 11조 7,330억 원을 유지했다.


카카오페이는 올 7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늦어도 8월 중에는 코스피에 입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으로 공모가를 낮추며 상장을 10월로 한 차례 미뤘고 금융 당국의 플랫폼 규제까지 겹치면서 결국 11월이 돼서야 증시에 입성하게 됐다.


두 번이나 상장 일정이 밀린 카카오페이는 이번에 아예 금소법 위반 소지를 해소했다. 해석에 따라 법 위반 논란이 나올 수 있는 상품들을 무리하게 유지하기보다 판매를 잠정 중단한 뒤 향후 판매 재개를 논의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보험 상품’ 중 운전자보험(삼성화재), 반려동물보험(삼성화재), 운동보험(메리츠화재), 휴대폰보험(메리츠화재), 해외여행자보험(KB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현대해상화재보험) 판매를 중단했으며 ‘펀드 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임을 안내하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이달 23일에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직접 금융 소비자의 ‘권익 보호’ ‘자산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소비자 중심 경영’ 선포식을 열었다.



류영준(오른쪽 다섯 번째) 카카오페이 대표 등 주요 임직원이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페이 본사에서 ‘소비자 중심 경영’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카카오페이

투자은행(IB) 업계는 카카오페이 공모가 이번에는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종 서비스 개편 방안을 내놓으면서 금융 당국과 충분한 사전 논의를 마쳤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새로 내면서 금융 당국과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6월 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한 카카오페이의 상장 일정이 더 이상 미뤄지는 것은 금융 당국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IPO 대어 등장에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투자자들은 카카오페이가 결제·송금으로 구축한 플랫폼 인프라가 여전히 공고한 점과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323410)의 주가가 공모가(3만 9,000원) 대비 80%가량 오른 점에 주목해왔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사업 영역이 다소 다르지만 카카오 계열의 금융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소액 투자자들의 청약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IPO 사상 최초로 100% 균등 배정 방식을 제시하면서 최소 단위인 20주(증거금 90만 원)만 청약하면 누구나 똑같은 수의 공모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가 다시 상장 절차를 밟는 가운데 정부 규제에 휘말려 급락세를 거듭해온 카카오는 이날 3.91% 오른 11만 9,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플랫폼 기업 규제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달 8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22.40% 빠진 뒤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였다. 그동안 카카오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반등해 단기 급락이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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