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표심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선택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치러진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순회 경선에서 47.12%(3만 3,848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정치적 고향에서 승리를 거머쥔 이 전 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과반 연승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하게 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안방 승리’가 이 지사의 대세론을 흔들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와 이 지사의 표차가 122표(0.17%포인트)에 불과해 이 지사는 여전히 누적 기준 과반(52.9%, 31만 9,582표)을 훌쩍 넘기고 있어서다. ‘대장동 개발 의혹’이 터져나온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 민심은 ‘안전한 후보’를 자청하는 이 전 대표를 치켜세우는 한편 이 지사의 대세론을 완전히 꺼트리지도 않은 셈이다. 다시 한 번 호남의 표심은 절묘했다.
이 전 대표의 승리가 이어질지, 이 지사가 1위를 탈환해 대세론을 이어갈지는 전북 표심에 달렸다. 민주당은 이날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전북 지역 경선을 진행한다. 전북 선거인단(7만 6,191명)은 전날 경선을 치른 광주·전남의 선거인단(12만 7,823명)보다 조금 작은 규모지만 이 전 대표가 전남 출신인데다 전남도지사까지 지내 지역 연고가 있었던 것과 달리 두 유력 후보 모두 연고가 없어 바닥민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은 첫 승리에 고무된 분위기다. 호남권 승리로 역전의 동력을 마련하고 이어지는 2·3차 슈퍼위크와 수도권 경선에서 상승세를 이어가 결선투표에서 이기겠다는 시나리오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큰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며 “전북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들이) 후보들의 진면목을 시간이 갈수록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며 “호남 시민들은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른 지역의 시민들보다 잘 알고 계시고 그래서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지사 측은 나름 선방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 지사 캠프의 정진욱 대변인은 전날 광주·전남 경선이 끝난 직후 논평을 내고 “이 전 대표의 안방에서 열린 경선이어서 큰 폭의 격차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0.17%포인트의 차이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 대표 측은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점쳤고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8%포인트 이상의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언론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터무니없는 왜곡보도를 융단폭격했다. 그런데도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이같은 선동에 꿈쩍도 하지 않았음이 개표 결과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 지사 측은 전북에서 다시 1위를 탈환해 대세론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 관계자는 “전북은 이 지사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라며 “전북의 지지를 바탕으로 호남 전체 득표에서 과반 대세를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검색량 분석에 따르면 이 지사 측의 자신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일주일동안 광주·전남 지역의 이 전 대표 일일 평균 검색량은 각각 47(광주), 37(전남)로 이 지사 검색량(광주 58, 전남 65)의 81%, 56%였다. 같은 기간 전국 검색량에서 이 지사(66)가 이 전 대표(31)를 두 배 이상 앞지르는 것에 비하면 적은 격차다. 특히 광주에서는 이 전 대표가 사퇴를 선언한 지난 8일 외에 15일과 24일에도 이 전 대표의 검색량이 이 지사보다 많았다. 지난 15일에는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반면 전북에서는 검색량 추이가 전국 평균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지난 일주일간 전북 지역의 이 지사의 검색량은 53으로 이 전 대표(25)의 두배가 넘었다. 이 전 대표가 사퇴한 8일을 포함해 지난 3주간 검색량을 분석해봐도 이 지사의 검색량(52)은 이 전 대표(30)의 1.7배에 달했다. 전북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연고지 효과’가 적었던 셈이다.
한편 검색량이 더 많다고 해서 이 지사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대장동 개발 의혹’이 공론장을 점거했기 때문이다. 검색량·언급량이 많아도 부정적인 이슈 때문이라면 후보의 지지율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텍스트를 분석해주는 빅데이터 서비스 ‘썸트렌드’에 따르면 이 지사가 온라인 상에서 언급되는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연관어 ‘화천대유’는 이 지사의 9월 4주차 연관어 3위(7만 9,554건)에 올랐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에서 배당금을 많이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투자사다. 이외에도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된 ‘게이트’(4만 7,518건)가 7위, ‘사업’(3만 8,057건)이 13위였다. 9월 3주차 연관어에는 ‘곽상도’(5만 3,143건/7위), ‘비리’(3만 3,499건/12위), ‘권순일’(3만 2,284건/14위)도 상위권에 진입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 재직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권순일 전 대법관 역시 퇴임 후 화천대유의 법률 고문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권 대법관은 지난해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 당시 무죄 취지 의견을 냈다.
뿐만아니라 9월 4주차 연관어에는 ‘호남’(3만 9,858건/8위)과 함께 ‘수박’(3만 8,057건/9위)도 새로 상위권으로 진입했다. 이 지사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개발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다. 이 전 대표 측에서는 해당 표현이 ‘일베’ 등 악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남과 5·18 민주화 운동을 모욕하는 단어로 널리 쓰여왔다며 반발했다. 이 지사 측은 해당 표현을 두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관용적인 말”이라는 입장이지만 대통령 후보의 언어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