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자산관리에 근무한 뒤 받은 퇴직금 50억 원이 창사 이래 최대 금액인 사실이 26일 파악됐다. 화천대유는 쌓아둔 퇴직금충당부채 14억 원의 세 배가 넘는 50억 원을 곽 의원의 아들에게 지급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곽 의원은 아들 퇴직금과 관련해 자녀의 개인 일로 선을 그었고 아들은 “정당한 대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당에서는 자녀의 거액 퇴직금이 문제가 되자 출당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곽 의원 아들이 수령했다고 알려진 50억 원은 현재까지 드러난 이 회사의 퇴직금 가운데 최대 금액이다.
2015년 2월 설립된 화천대유는 매년 1년 이상 근속한 전 임직원이 퇴직할 때 지급할 돈을 퇴직급여충당부채로 설정하고 있다. 화천대유는 이 규정에 따라 2015년 약 699만 원, 2016년 1억 4,523만 원, 2017년 8,749만 원, 2018년 1억 8,288만 원, 2019년 8억 2,209만 원, 2020년 4억 909만 원을 퇴직급여로 쓰기 위해 현금비용으로 잡았다. 지난해에는 이 가운데 1억 2,989만 원을 지급했고 2019년에는 8,980만원을 줬다. 그런데 올해 3월 퇴사했다고 알려진 곽 의원의 아들은 수십 배에 달하는 50억 원을 퇴직금으로 수령한 것이다. 대리직급으로 일했다는 곽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가 창립 이래 6년 간 임직원에게 지급하기 위해 준비한 퇴직금(약 16억 원)의 세 배가 넘는 돈을 받아간 셈이다.
앞서 곽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 대리직급으로 다닐 때 월급이 233만원(2015년 7월~2018년 2월), 333만원(2018년 3월~9월), 383만원(2018년 10월~2021년 3월)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리직급에 평균 월급이 200~300만 원 수준이던 아들이 퇴직금을 50억 원을 받았다. 곽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은 지난 2019년 말 GS홈쇼핑을 퇴사한 허태수 회장(51억 600만 원)과 맞먹는 수준의 돈이다. 허 대표는 23년 10개월을 근무했지만, 곽 의원의 아들은 6년 가량 근무하고 50억 원을 받았다.
눈 여겨볼 부분은 화천대유가 쌓아놓은 퇴직금충당부채가 2020년 기준 13억 9,473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화천대유가 임직원의 퇴직을 대비해 회사가 부채로 잡아둔 돈의 3.5배에 달하는 금액을 곽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화천대유가 곽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을 주기 위해 회사의 이익을 동원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의 준공이 마무리되는 올해에 이른바 ‘퇴직금 잔치’를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화천대유는 2020년 기준 1,733억 여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기준 상여금과 주식배당 등을 빼고 회사에 남은 미처분이익잉여금만 1,540억 원에 달한다.
곽 의원은 아들의 퇴직금과 관련해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퇴직금)액수나 과정 등 정확한 내용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과 통화했다.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재 준비 중”이라며 “채용과 추천은 아는 바가 없고 (화천대유)회사의 설립 이야기는 저녁 자리 몇 번 하면서 들었다”고 해명했다. 화천대유측은 이 사안과 관련해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화천대유 측은 이에 대해 “합법적 절차를 통해 지급한 퇴직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곽 의원은 언론을 통해 “회사에서 생각 이상의 수익이 나왔다. 그런 수익을 만들어 준 게 문제가 되는 거고, 그건 이재명한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추가 입장을 내놨고, 아들 곽씨도 직접 글을 올려 “제가 화천대유에 입사해서 일하고 평가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곽 의원의 아들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화천대유 사태가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치던 곽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족 문제로 홍역을 겪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부터 나섰다. 조 장관은 이날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6년 근무(25-31세)후 50억 퇴직금 수령”이라는 짧은 글을 공유했다.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곽 의원은 성과급이라고 주장하는데 아버지가 곽상도가 아니었더라면 로또형 지급이 가능했을까”라며 “곽상도의 특권과 반칙, 불법을 제대로 수사하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당내에서도 강력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예비후보는 “우리 당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았고, 곽 의원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보도되었다”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당 지도부는 당장 곽 의원을 제명, 출당 조치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화천대유 사태는 정관계 연루 의혹이 불거진 언론인·변호사·회계사 등 소수의 주주에게 수천 억원을 배당한 사건이다.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을 진행하면서 지분 7%를 가진 화천대유(1%)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6%)에 3년 간 4,000여 억 원을 배당해 논란이 됐다. 반면 지분 50%+1주를 가진 성남시는 이 사업에서 1,830억 원을 배당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