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을 ‘폰지게임’이라 일컫는다. 이 게임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신규 투자자의 유입이 줄어들거나 일시에 투자금을 회수하면 파산한다. 그래서 ‘폰지 사기’라고도 한다.
폰지게임이 금융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연금 개혁 없이는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가장 기본적인 노후 보장책인 국민연금마저 폰지게임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에서도 ‘폰지게임’의 냄새가 난다. 이재명 후보는 전 국민에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청년에게는 100만 원을 얹어주겠다고 했으며 여기에 기본 주택 공약까지 내걸었다. 표 되는 공약을 마구 남발하다 보니 차별 없는 지급이라는 기본소득의 철학마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윤석열 후보의 소상공인 ‘긴급구조 플랜’과 공공 요금 경감, ‘청년 원가주택’ 30만 가구 공급, 홍준표 후보의 국민연금을 이용한 자영업자 대상 무이자 지원 대출 제도 도입과 쿼터 아파트 공약은 이들이 보수 진영 후보인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원가 주택을 짓겠다고 흔쾌히 나설 건설사가 있는지부터 의문이며 무이자 지원 대출 제도는 아예 대출 공급 자체를 없앨 위험이 있는 사실상의 ‘가격 규제’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기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재원 조달에 대한 얘기는 애써 회피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50조 원 이상, 윤석열 후보의 긴급구조 플랜은 4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홍준표 후보의 무이자 지원도 그 규모를 알 수 없지만 거액의 재원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선 후보 누구도 세금을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거둘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과거 대선 후보들은 쓸데없이 낭비되는 복지 등 정부 지출을 구조 조정하고 탈세를 근절하겠다는 한 줄의 언급이라도 끼워넣는 최소한의 양심을 보여줬지만 이번 대선에는 그런 후보마저 없다.
결국 이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미래 세대(신규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려 현 세대(기존 투자자)에 지급하는 것이니 ‘폰지게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앞서 말했든 폰지게임은 지속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외국인 투자가에게 휘둘리는 작은 경제는 특히 그렇다. 이런 식의 재원 조달은 MZ세대들이 중시하는 ‘공정’이라는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예선 격인 경선 국면이니 재원 조달 방안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된 후에도 폰지게임 같은 공약만 내놓은 후보가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이번 대선만큼은 ‘~정신’ 같은 추상적인 구호만 외치는 후보가 아닌 국민 앞에 솔직한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