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빼고 다 바꿔" 아버지 말처럼…이서현의 리움 '디지털 변신'

■리움·호암미술관 내달 8일 재개관
운영위원장 맡은 이서현 첫 행보
미술관 로고·전시 공간 리모델링
'미디어 월' 등 디지털 업그레이드
"뉴욕 모마 못지않은 세련미 돋보여"
자코메티 등 참여 4년반만에 기획전
호암미술관선 금속공예 전시회 개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미술관 리움 1층 입구. 출입문 위쪽으로 새롭게 바꾼 MI가 보인다.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삼성미술관 리움과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이 다시 문을 연다.


삼성문화재단은 27일 공지자료를 통해 “리움과 호암미술관이 오는 10월 8일부터 운영을 재개한다”면서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자 전시와 공간 리뉴얼을 마치고 새롭게 출발한다”고 밝혔다. 리움의 재개관은 지난해 2월25일 공간 리뉴얼을 이유로 ‘휴관’ 팻말을 내건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지난 2017년 3월 홍라희 관장과 홍라영 총괄부관장이 사임을 표한 후 기획전을 다시 여는 것은 4년 6개월만의 일이다.


리움 재개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의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후 첫 행보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관심을 끌고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립 미술관에 대규모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한 후 그 문화적 축적의 기반이 된 리움과 호암미술관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높아진 터다.



새롭게 단장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1층 로비 전경.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새롭게 돌아오는 리움은 지난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이건희(1942~2020) 회장이 했던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처럼 공간 리모델링부터 조직 구성까지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했다.


우선 미술관 로고에 해당하는 MI(Museum Identity)부터 바꿨다. 기존에는 삼성가(家) 이씨의 뮤지엄을 뜻하는 리움(Leeum)의 글자를 그대로 사용했으나, 재개관에 맞춰 5개의 동심원 위에 두께를 달리한 금색 기하학적 변형이 더해진 새로운 MI를 내걸었다. 새로운 상징은 리움의 1층 출입구 정문 위에 내걸렸으며, 추상적 형태의 미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해 눈길을 끈다.


리움 측은 “MI, 로비 공간 구성과 디자인을 리뉴얼하고, 리움 개관 이후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 ‘미디어 월’ ‘디지털 가이드’ 등 디지털 서비스도 업그레이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대적인 공간 개편은 디자이너 출신인 정구호 전 삼성물산 고문이 진두지휘했다. 지난해부터는 삼성문화재단의 리움·호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격으로 미술관 새 단장을 이끈 그는 이서현 운영위원장의 뉴욕 파슨스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리움 내부를 살펴본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관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주 출입구의 설치 작품은 물론 아트샵까지도 획기적으로 바뀌어 뉴욕 모마(MoMA) 못지않은 세련미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1960년작 '거대한 여인Ⅲ' /사진출처=리움홈페이지

리움의 재개관 기념 기획전은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이다.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미국 조각가 조지 시걸 등 해외 작가와 이불·정연두·이예승 등이 참여한다. 근대 조각의 거장인 자코메티는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값이 1,549억원에 달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가 높은 작가로, 리움은 대표 소장품 중 하나인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Ⅲ’을 상설전을 통해서도 꾸준히 선보여왔다. 리움 측은 이번 기획전에 대해 “예술의 근원인 인간을 돌아보고 위기와 재난의 시기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인문학적 전시”라고 소개했다.


상설전도 전면 개편한다. 리움 상설전은 한국 전통미술부터 국내외 현대미술을 관통한다.


호암미술관에서는 재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야금 (冶金):위대한 지혜’를 마련했다. 금속공예를 통해 전통 뿐 아니라 현대까지 한국미술의 역사를 짚어보는 전시다.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우리의 전통예술·문화를 주제로 동서고금을 두루 엮는 융합형 전시에 있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조지 시걸의 1983년작 '러시 아워' /사진출처=리움 홈페이지

미술관의 인적 구성도 새로워졌다. 삼성전자(005930) 북미지원팀장(전무)을 지낸 유문형 씨가 올해 초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오랫동안 리움을 지켜온 이준 부관장이 떠난 자리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예술감독 등을 지낸 김성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지난 1일부터 맡고 있다. 신임 김성원 부관장은 동시대 미술 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에서 향후 리움이 컨템포러리 미술 쪽으로 역량을 더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관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홍라희 전 관장은 고령임에도 여전히 주요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등 ‘미술 후원자’의 열정을 놓지 않고 있다. 이건희컬렉션 전시 외에도 국내외 주요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고 작품 구입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장으로의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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