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군 수뇌부가 아프가니스탄의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이 중앙아시아의 러시아 군 기지를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군이 러시아 군 기지를 빌려 쓰는 방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22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만나 이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아프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군 기지를 미군이 쓰게 하는 구상은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그런데 당시 미 관리들은 푸틴이 이를 진지하게 제안했는지, 아니면 단지 아이디어 차원에서 꺼냈는지가 확실치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밀리 의장에게 22일 회담에서 러시아 측의 명확한 답변을 받아달라고 요청했고 밀리 의장은 실제 회담에서 이 얘기를 꺼냈는데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확답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군은 8월 말 아프간 철수 완료 이후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미 공군기지에서 드론이나 전투기를 출격시켜 아프간 테러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 즉 ‘가시거리 밖(over the horizon)’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중동은 아프간과 거리가 멀다는 한계가 있어 아프간과 가까운 중앙아시아의 군 기지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이번 양국 최고위 장성 간 회담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디어가 현실화하기에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WSJ는 내다봤다.
미 의회는 수년 전 제정한 법률에 따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한 미국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28일 열리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