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탄소에 연료값 급등…글로벌 경제 덮친 '에너지 혹한'

화석연료 생산줄어 전기료 등 껑충
WTI 75.45달러 3년 만에 최고


지구촌이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에서는 연료 가격 상승으로 가정과 공장에서 쓰는 전기 요금이 급등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당장 쓸 전기가 모자라 공장이 멈춰 서고 이 때문에 반도체와 첨단 제품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탈(脫)탄소 흐름으로 각국이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고 있어 ‘에너지 혹한’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27일 국제 원유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5.45달러로 지난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해산브렌트유 역시 3년 만에 최고치인 80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이달에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와 아시아 원유 수요 급증이 유가를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발(發) 에너지 인플레이션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9월 넷째 주 현재 유럽 가스 가격은 ㎿h(메가와트시)당 71.69유로(약 10만 원)로 지난해 5월(4.38유로) 대비 16배나 뛰었다. 이 때문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평균 도매 전력 가격은 6개월 전보다 3배나 치솟았고 영국 전기료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에너지 경색이 제조업에 타격을 줘 글로벌 경제를 위협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친환경 드라이브로 석탄 가격이 치솟은 영향으로 전력난이 극심해져 애플·테슬라 등 첨단 기업 공장마저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호주 웨스트팩은행의 로버트 레니 마켓전략 부문 대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각국에 에너지 위기가 들이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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