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성향’ 다시 채운 한은…새 금통위원에 박기영 교수

가계부채 위험 경고해온 강경파
내달 금리인상 의견 낼지 주목


한국은행이 금융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물러난 고승범 전 금융통화위원의 후임으로 박기영(50·사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전임인 고 금통위원이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던 만큼 이주열 한은 총재가 평소 가계 부채 위험성을 경고해온 박 교수를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달 12일 열리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박 교수가 금리 인상에 관해 어떤 의견을 낼지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이 총재가 한은법 제13조에 따라 고 전 위원의 후임 위원으로 박 교수를 추천했다고 29일 밝혔다. 박 후보자는 추천일 기준 만 50세 3개월로 지난 2014년 임명된 함준호 위원(만 50세 3개월) 이후 가장 젊은 금통위원이다. 추후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면 박 후보자는 오는 2023년 4월까지 1년 7개월간 고 전 위원의 잔여 임기를 채울 예정이다.


박 후보자는 서울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 한은에 입행했다가 같은 해 퇴직한 그는 2006년 미국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2007년부터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5년 한은 외화자산운용 자문위원과 2019년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분과 위원 등을 맡은 바 있다.


박 후보자는 금융 시장과 국제 금융, 거시경제 부문에서 연구 실적을 쌓아온 금융과 거시경제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수년간 통화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 정책 관련 실증 연구에 매진했고 최근에는 가계 부채 및 거시경제 분석과 관련한 연구 실적을 보였다. 그는 2018년 김수현 당시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함께 ‘가계 부채의 분산과 거시경제적 시사점’이라는 연구를 통해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에서 “고소득층이 부동산 투자로 가계 부채 급증을 주도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소비를 위해 차입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가계 부채 증가가 경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 얼떨떨하다”며 “석사 과정부터 통화정책을 연구하면서 금리 결정이라는 어려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느냐는 생각이 많았는데 그 자리에 가게 되니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이와 맞물린 가계 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해소를 위해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돈줄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거시 금융 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다양한 정책 참여 경험을 겸비하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수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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