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함…독특함…시대 잘 만난 '오징어 게임'

■감독 황동혁·주연 이정재가 말하는 인기비결
아이들 놀이 형식에 호기심 자극
인간미 잃지않는 인물 부각시켜
양극화 사회현실 풍자 더 공감대
이색적 공간·소품 볼거리도 한몫


#처음에는 기대를 모으는 여러 작품 중 하나로 이야기될 따름이었다. 높은 관심 속에 지난 17일 작품이 공개된 후로는 적잖은 화제성과 함께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를 달고 다녔다. 하지만 이내 국내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작품은 어느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일본, 인도네시아, 사우디 등 아시아는 물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과 멕시코, 볼리비아 등 중남미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는 인기를 누리며 국내 콘텐츠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젠 ‘대박’이라는 말도 부족한,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이야기다.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기훈을 연기한 배우 이정재.


글로벌 OTT 콘텐츠의 인기순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집계에서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지난 25일 이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전례없는 작품의 성공에 주인공 기훈을 연기한 배우 이정재는 29일 화상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응이 정말 좋아서 이게 현실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작품의 폭발적인 인기 덕에 글로벌 e커머스 이베이에서는 극중 의상인 ‘츄리닝’과 ‘달고나 키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정도다. 연출·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도 “얼떨떨할 정도로 잘 되는 데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의 연출뿐 아니라 각본까지 직접 맡은 황동혁 감독.

어른들의 ‘데스게임을 다룬 이 작품이 이토록 인기를 끈 요인은 무엇일까. 이정재는 “한국 콘텐츠라는 점을 떠나 독특한 콘셉트이면서 여러 측면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시나리오”라며 “여기에 인물, 촬영까지 복합적으로 잘 조화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그는 황 감독이 시나리오를 처음 쓴 10여 년 전보다 지금 시점이 이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는 시대라고도 평했다.


‘오징어 게임’의 기본 틀인 데스게임은 이미 ‘라이어 게임’, ‘도박묵시록 카이지’ 등 오래 전부터 익숙한 구성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헝거 게임’, ‘배틀로얄’처럼 살인이 나오는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상) 장르물에 푹 빠진 젊은 세대에게 이러한 성공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게임에 등장하는 놀이가 매우 쉬워 해외 시청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존 작품과는 다르다. 황 감독은 “사람들이 가장 심플하고 유치한 아이들의 놀이를 한다는 데 호기심과 관심을 둔 것 같다”며 “어느 나라 사람들이 봐도 30초 안에 이해할 놀이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다만 ‘오징어 게임’은 게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더 비중을 둔다. 참가자들이 사회에서 벼랑 끝에 몰린 모습을 길게 보여준 점을 두고 국내에서는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해외 시청자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 인간미를 잃지 않는 기훈 캐릭터에 대한 해외 반응이 좋다. 이정재는 “해외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지 모르겠지만 기훈 캐릭터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많이 담겨 있다”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지킨다는 점에서 기훈의 성격이 메시지로서 크게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처한 상황이 한국, 나아가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부익부빈익빈 사회의 현실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가디언은 “작품 속 살인 게임이 끔찍하다 해도 끝없는 빚에 시달려온 이들의 상황보다 얼마나 더 나쁘겠는가”라며 “인물의 과거를 다룬 에피소드는 모두가 불운 끝에 빚을 지게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주인공 기훈이 과거 구조조정된 해고자라는 설정에 대해 “부익부빈익빈 사회에선 누구든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극중 등장인물이 영웅적 활약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 기훈을 비롯해 상우(박해수 분), 새벽(정호연 분), 덕수(허성태 분), 미녀(김주령 분) 등 주요 참가자들 간 형성되는 정치적 기류도 흥미롭다.


이외에도 시각적 볼거리도 흥행 요인으로 이야기된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을 수 있으려면 공간 디자인이나 색감이 확실히 눈에 띄어야 했다. 황 감독에 따르면 네 번째 게임은 원래 구슬치기가 아니라 딱지를 이용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준비하려니 규칙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다 시각적으로 예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만든 게 구슬치기였다. 극중 영롱한 구슬은 해외에서 눈길을 끄는 아이템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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