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SDI, 롤스로이스 첫 전기차에 배터리 탑재...고급차 시장 뚫는다

BMW와의 파트너십 긍정적 영향
람보르기니 등 고급차 전기차 전환에
다양한 배터리 라인업으로 대응 기대

삼성SDI 헝가리 공장 전경. 삼성SDI는 롤스로이스 첫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고급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사진 제공=삼성SDI


삼성SDI가 럭셔리카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첫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완성차 브랜드가 뒤늦게 전기차 전환에 나서는 가운데 삼성SDI가 이들을 겨냥한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롤스로이스의 첫 전기차에는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2020년대에 하이브리드가 아닌 순수 배터리 전기 자동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전기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롤스로이스는 첫 전기차 모델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SDI가 낙점된 데는 롤스로이스를 보유한 독일 BMW그룹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SDI가 최근 양산을 시작한 차세대 배터리 ‘젠5’는 BMW의 순수 전기차 i4와 iX에 탑재될 예정이다. 또한 삼성SDI가 다양한 유럽 완성차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그룹·볼보·르노·재규어랜드로버 등은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롤스로이스·람보르기니·포르쉐 등 고급 차 브랜드들도 뒤늦게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SDI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주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고급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루시드모터스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SDI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면서도 원통형 배터리 또한 고객사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면서 “개별 브랜드 맞춤형으로 다양한 배터리 라인업을 꾸려간다는 것이 삼성SDI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배터리 경쟁사들이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업체들과의 합작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SDI가 생산능력(캐파)에서 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제너럴모터스(GM)·포드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대규모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포드와의 투자 규모를 확대해 미국 최대 배터리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순위는 6위로 지난해 동기 대비 2계단 하락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같은 기간 1계단 높은 5위로 올랐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24.5%로 중국 CATL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GM·포드와 함께 미국 3대 완성차업체인 스텔란티스와 삼성SDI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협업해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지 생산을 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삼성SDI의 미국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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