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한때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변동성을 보이면서 혼조세를 보였는데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연 1.50%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1.54%대까지 오르면서 나스닥이 0.24% 내렸죠.
파월 의장도 공급 병목 현상에 인플레가 내년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워싱턴의 예산과 부채관련 문제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오늘은 전날 국채금리와 증시 급락에 다루지 못했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임 문제에 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 청문회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당신의 재지명을 반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입니다. 올 가을에는 거취가 정해져야 하는데요. 파월 의장의 연임은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증시에도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시장의 분위기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워런 의원은 ‘월가의 저승사자’라고 불립니다. 스스로도 월가의 탐욕에 2008년 금융위기가 왔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의회에 입성했다고 할 정도죠.
문제가 됐던 28일에도 워런 의원은 파월 의장이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완화해주고 은행 투자를 규제하는 볼커룰 등을 느슨하게 해줬다고 질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문제가 안 생긴 것을 “운 좋게 생각하라. 당신은 위험한 사람”이라고 했을 정도인데요.
어쨌든 워런 의원이 민주당 내 좌파이면서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 거물이어서 그의 발언이 주목을 받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3조5,000억 달러짜리 교육·복지 인프라 투자계획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상원의원은 각 주를 대표하는 이들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고 마음 먹으면 국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상원 의석분포(민주 50, 공화 50)를 보면 더 그런데요.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연임에 먹구름이 낀 게 아니냐고 봅니다.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증권사 제프리스의 데이비드 제르보스는 “파월이 정말로 곤경에 처했다(really in trouble)”이라고 평가했고,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평가에 빗대 “파월의 임기가 일시적인가?”라고 했는데요.
현재로서는 거액 주식투자로 논란이 된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총재의 조기사임도 파월에게는 악재입니다. 민주당 소속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쉐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주) 역시 파월 의장의 금융규제관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또다른 민주당 상원의원인 쉘든 화이트하우스(로드아릴랜드)도 파월 의장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는 “파월 의장의 연임 확률이 한 달 전보다 덜 확실해졌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최종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 때문인데요. 워런 상원의원의 무게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백악관이 굳이 리스크를 지는 선택을 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겁니다.
실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바이든이 선택한 사람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다 분열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파월 의장을 꼽으면 워런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내 좌파 인사들의 반발을 사게 됩니다. 그럼 대안인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를 선택하면 어떨까요? 1차로 공화당이 강하게 반발할 겁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현재 파월 의장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백악관 인사의 상당 수가 파월 의장을 밀고 있지요.
물론 모든 공화당 인사가 파월 의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정부의 실세인 브레이너드가 의장이 되는 것은 더 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블룸버그는 “얼마나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브레이너드를 의장으로 지지할지 분명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은 브레이너드를 반대할 것 같다”고 짚었는데요.
특히 공화당과 협상을 하면서 국정과제를 밀어부쳐야 하는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좌파 의원들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걸려있는 현안만 부채한도 상향, 2022회계연도(2021. 10~2022. 9) 예산안, 3조5,000억 달러짜리 교육·복지 인프라 계획안이 있습니다.
좌파 의원들은 이중 교육·복지 인프라 계획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절대 이 부분을 양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지도부에 혹여라도 금액을 깎을 생각을 하지마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입니다. 물론 공화당은 교육·복지 인프라 계획에 반대구요.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의 연임 문제가 불거진 겁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복지 인프라 투자를 최대한 크게 유지하고 싶어하는 워런 의원이 (파월 연임문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백악관에 이를 줄이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것이 워런 의원의 행동을 100% 설명해주지 않지만 어떤 일이든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주고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죠.
즉, 모두가 정치적인 게임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백악관은 백악관대로 공화당과 마찰을 줄여야 하는 입장이고, 민주당 내 좌파의원들은 복지확대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최소한 파월 의장과 연준에 “규제 완화 더 하지 마라”는 강력한 경고를 하는 효과가 있겠지요.
실제 최종 판단은 백악관 몫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런 의원이 백악관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해석했습니다.
아직 월가에서도 많은 이들이 파월의 연임을 점칩니다. 앞서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을 소개해드렸지만 이들이 주는 아닙니다. CNBC는 “월가에서는 워런 의원을 비롯한 진보성향 인사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재임명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는데요.
파월 의장은 또 상대적으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민주당 내 핵심 중도파인 존 테스터 상원의원이 파월을 지지하고 있고 공화당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인 롭 포트먼과 탐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마이크 라운즈(사우스다코타) 등이 파월 의장의 연임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전날 워런 의원 뒤를 이어 질의에 나선 라운즈 의원은 “나는 동료의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신이 해온 업적을 고려하면 연임할 자격이 된다고 본다”고 지원사격을 했습니다.
설문조사는 더 한데요. 블룸버그가 최근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90%가 파월이 연임할 것이라고 봤다고 합니다. 브레이너드를 선택한 이들은 9% 정도라는데요.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파월이 재임명되면 단기 랠리가 있을 것이라고 본 반면 절반 이상은 브레이너드가 뽑히면 단기하락이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고 하네요. 브레이너드도 비둘기파지만 어쨌든 연준 수장이 바뀌고 그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정치적 갈등은 불안요소입니다. 괜히 바꿨다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죠.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는데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이날 파월 의장은 " 는 “병목현상과 공급망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우리 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은 더 오래 갈 것이며 아마도 내년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갈수록 인플레가 오래가고 높은 수준도 유지되고 있지요. 그런데 지금 연준 수장을 바꾸면 인플레에 대한 판단 미스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백악관이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해도 문책했다는 얘기가 돌겠죠.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 이후 지지도가 급락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정치적 요소도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면 파월 의장 연임문제는 그의 연임만이 아니라 지금의 의회의 역학구도, 정치협상 과정, 인플레이션 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아직 연임이 유력하지만 그 확률이 떨어졌다고 보는 게 적절하겠습니다. 다른 정치적 문제들과도 맞물려 있어서인데요. 전체적인 워싱턴의 흐름과 협상과정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의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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