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 유리창을 청소하다 추락해 사망한 20대 근로자 사건에 관해 청소업체가 안전 장비를 구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는 유리창 청소 근로자 A(29)씨가 사망한 지난 27일 해당 아파트 사고 현장을 조사했으며 A씨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보조 밧줄 없이 근무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본부는 지난 23일 이 아파트 관리소로부터 유리창 청소 작업 신고를 접수한 뒤 24일 현장 안전 점검을 벌였다. 이어 청소 작업을 맡은 청소업체가 근로자들의 보조 밧줄을 구비하지 않았던 정황을 포착하고 시정을 요청했다. 보조 밧줄은 근로자를 매단 작업용 밧줄이 끊어질 경우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 장비다. 그러나 이 청소업체는 시정 요청을 무시하고 청소 작업을 진행했다는 게 본부의 설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시 앉아 있던 달비계(간이 의자)의 작업용 밧줄이 끊어져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서는 끊어진 작업용 밧줄이 발견됐다. 이 청소업체가 본부의 시정 요청에 따라 보조 밧줄을 구비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던 셈이다. 본부 관계자는 "해당 청소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 당일 현장 조사를 벌여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며 "이 업체가 시정 요구를 곧바로 수용해 보조 밧줄을 구비했다면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는 성명을 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달비계를 사용하는 아파트 외벽 도장·외창 청소 작업은 용역 규모가 작고 기간이 짧아 현장 지도·점검이 잘 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지적돼 왔다"며 "사고 재발을 방지하려면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하고 고소 작업에 대한 강제성을 높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 27일 오전 10시 48분께 49층짜리 이 아파트 15층에서 유리창 청소작업 중 4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그는 유리창 청소 5년 경력의 일용직 근로자로 사고 당일 이 현장에는 처음 출근했었다. 경찰은 밧줄이 끊어진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조만간 청소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