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서 8,600만원 뒷돈 대기업 직원…집행유예로 감형

공사진행·정산대금 편의 봐달라며 청탁…수천만원 챙겨
항소심 "부정한 업무 처리나 회사에 손해 끼친 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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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대기업 직원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심담 이승련 부장판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곽모씨(42)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632만원 추징과 160시간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SK하이닉스에서 가스설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곽씨는 2017년 7월 하청업체 대표인 B씨로부터 '가스설비 공사 진행이나 정산대금 지급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현금 8,632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직원을 통해 현금 6,700만원을 전달하고, 통장·체크카드를 제공해 곽씨에게 1,932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돈을 배달한 직원이 SK하이닉스 측에 곽씨의 비위를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SK하이닉스 측은 감사 절차를 밟아 곽씨를 고소했다.


곽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로부터 결혼자금 용도로 돈을 빌렸다가 변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직원에게서 통장과 체크카드를 받은 적이 없으며 자신이 3차 협력업체인 B씨 회사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위나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6700만원을 빌렸다는 차용증이나 영수증 혹은 차용이나 변제 사실을 증빙할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다"고 전했다. 또 곽씨가 2014년에도 일부 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별건 감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곽씨가 공사의 발주·대금 지급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회사 관계자 증언 등을 확보해 곽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곽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수사 과정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했고 피고인의 회사 측은 공정한 거래구조에 대한 신뢰 상실 등을 이유로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돈을 받은 대가로 부정한 업무 처리를 했다거나 회사에 구체적인 손해를 끼친 사정도 드러나지 않는다"며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곽씨에게 돈을 건넨 B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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