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관여한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현직 검사의 비리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됨에 따라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최창민 부장검사)는 30일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결과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며 “그 밖의 피고소인들도 중복 수사 방지 등을 고려해 함께 이첩했다”고 말했다. 이는 공수처법 제25조(수사처검사 및 검사 범죄에 대한 수사)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률에서는 ‘검찰 등 다른 수사 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건이 배당되고 수사에 착수한 지 16일 만이다. 현직 검사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서 수사의 공은 검찰에서 공수처로 넘어갔다. 검찰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윤 전 총장과 손 검사, 한동훈 검사장 등을 고소한 데 따라 사건을 공공수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중앙지검 형사12부와 공공수사2부 등에서 검사를 파견받아 수사 인력을 기존 6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특히 대검 진상 조사 자료나 제보자 조성은 씨가 제출한 휴대폰, 휴대용 저장장치(USB)를 포렌식해 분석한 결과 조 씨가 전달받은 텔레그램의 ‘손준성 보냄’ 표시가 조작된 게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검찰이 확인하지 못하면서 진위 파악은 공수처의 몫이 됐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되면서 윤 전 총장 재직 시절 의혹 사건은 검찰·공수처로 이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대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윤 전 총장 장모 최 모 씨 사건에 관한 현황·변호 문건이 연이어 공개되자 최근 손 검사 후배 검사 2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별건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고발 사주 의혹에 집중하고 있는 공수처와 역할 분담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건 이첩으로 공수처는 중복 수사 등에 신경 쓸 필요없이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100%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앞서 압수수색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한 만큼 분석이나 소환 조사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공수처는 지난 28일 손 검사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 당시 지휘를 받은 검사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제보자 손 씨가 제출한 휴대폰·USB 등에 대한 포렌식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