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가 사그라드는 등 국내외 경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8일 의회에 출석해 “물가 상승이 우리의 예측보다 강도가 세고 지속 기간도 길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던 기존 입장은 사라졌다.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은 부쩍 높아졌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0월 18일까지 의회가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헝다 사태와 전력난 위험이 여전한 가운데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6으로 기준을 밑돌아 경기 위축 국면에 돌입했다.
우리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 탓에 자산 가격 거품이 심해 작은 충격에도 버티기 힘든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재정·통화·금융 당국 수장이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한 것도 최근 경제 환경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출 규제 외에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본지는 수차례에 걸쳐 유동성 파티가 끝난 뒤 몰아칠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대비해 경제 방파제를 쌓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당국이 장밋빛 낙관론에 빠져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태풍을 막을 튼튼한 방어벽이 없는 실정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 비율이 15%로 사상 최대로 불어났는데도 대수술을 피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치 공학에 매몰된 돈 뿌리기 일변도의 정책을 접고 경제 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좀비 기업 구조 조정과 가계 부채 연착륙 방안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