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의 15.4%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새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청년의 절반을 훌쩍 넘는 53%는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1일 서울연구원은 ‘서울 청년에게 내 집이란?’ 주제로 서울 인포그래픽스 시리즈를 발행했다. 이 조사에서 ‘내 집 마련 예상 시기’를 묻는 질문에 서울 청년 15.4%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10.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해당 통계는 만 18~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구방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으며 전국 응답자는 3,520명, 그 중 서울 응답자는 676명이다.

최근 몇 년 새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만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18.5배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도시 중산층 가구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8년 6개월을 모아야 서울 내 중간 수준의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해당 질문에서 향후 10~20년 내에 집을 마련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33.7%로 가장 많았다. ‘향후 5~10년’이 26.1%, ‘향후 20년 이후’ 16.1%, ‘향후 1~5년’ 4.2% 순으로 응답했다. 이미 자가를 소유한 서울 청년은 4.5%에 불과했다.

반면 쳥년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는 서울이 전국 대비 높게 나타났다. 서울 청년의 73.9%가 ‘내 집 마련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전국 평균(68.6%)보다 높다. 주목할만한 점은 청년들이 결혼·출산보다도 주택 매수를 더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청년의 경우 내 집 마련을 꼭 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결혼을 꼭 해야 한다(38.4%)', ‘자녀는 꼭 낳아야 한다(33.2%)’의 두 배 이상이었다.

서울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산 증식 및 보전(30.3%)’으로 꼽혔다. 그 뒤를 ‘임대료 상승 부담(28.0%)’, ‘이사 안하고 살 수 있어서(25.9%)’, ‘자가가 있어야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8.0%)’, ‘집을 마음대로 사용(7.7%)’ 등이 이었다.

내 집 마련의 욕구는 크지만 혼자 힘으로 주택을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서울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서울 청년의 53%가 ‘부모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을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국 평균(46.2%)보다 높다.

주거 비용에 대한 부모 의존도도 서울 청년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주거 비용(자가·전세·보증금)을 전부 본인이 마련했다고 응답한 서울 청년은 26.1%에 불과했다. 부모가 주거 비용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마련해줬다고 응답한 비율도 44.4%에 달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34.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월세비용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한 서울 청년은 34%로 전국 평균(24.1%)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