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28일 서울옥션, 29일 케이옥션의 가을 메이저경매가 열렸다. 총 164점을 출품한 서울옥션은 93.17%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낙찰 총액 99억3,650만원을 거둬들였다. 총 168점을 경매에 올린 케이옥션은 낙찰률 89%에 낙찰총액 107억원을 기록하며 호황의 순풍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미술경매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단연 우국원과 김선우 작가다. 치열한 경합과 치솟는 가격 때문이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이들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캐릭터화 한 이미지가 공감의 폭을 넓혔다.
우국원은 서울옥션에 출품된 90.5×116.3㎝(50호) 크기의 작품이 낮은 추정가 1,800만원의 10배 수준인 1억7,000만원에 낙찰됐고, 케이옥션에서는 72.7×60.6㎝(20호) 크기의 작품이 낮은 추정가 900만원의 18배인 1억6,500만원에 팔렸다. 우국원의 최고가는 2억3,000만원에 낙찰된 116.8×91㎝(50호) 크기의 2019년작 ‘어글리 덕클링(Ugly Duckling)’으로 2억 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두 건의 경매에서 우국원의 작품은 모두 6점이 출품됐고 100% 낙찰률, 총 8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작가 김선우는 평화롭게 살다가 침략한 외부인들로 인해 멸종한 ‘도도새’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작품 변주를 보여준다. 서울옥션에 출품된 130×162㎝(100호) 크기 ‘모리셔스섬의 일요일’은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오마주 한 작품으로, 1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케이옥션에도 김선우의 작품 2점이 출품돼 이번 주 경매에서 총 4점이 거래됐고 작가 총액 3억1,200만원을 기록했다.
경매현장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나왔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진작가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 전문가들 역시 투기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면서 “작가의 경력과 제도권에서의 평가, 소장처, 향후 활동 및 전망 등이 불확실할 경우 이들 작가가 향후 이 가격을 지키고 버텨낼 수 있는지 문제의식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한국미술시장의 주도주 김환기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작품 거래가 주춤해진 대신 글로벌 우량주 이우환의 강세가 두드러졌고, 이는 올해로도 이어졌다. 지난 8월24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이우환의 227×183㎝ 크기의 1984년작 ‘동풍(East Winds)’이 31억 원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국내 생존작가 작품이 30억원을 넘기기는 처음이었다. 지난주 2건의 경매에는 이우환의 작품이 총 24점 중 23점이 낙찰돼 낙찰률 96%, 낙찰총액 40억7,950만원을 기록했다. ‘바람’ 시리즈의 강세를 이어받아 181.7×259㎝(200호) 크기의 1990년작 ‘바람과 함께’가 7억8,000만원(서울옥션)에 팔렸다. 두껍게 찍은 점의 미묘한 색 변화가 절제미를 보여주는 112×145.5㎝(80호)의 2011년작 ‘대화’가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김환기의 작품은 1960년대 작품 위주로, 1970년대 작품의 경우 종이작업 등 5억원대 이하 작품들이 경매에 올랐다. 희소성 있는 김환기의 인물 추상인 90.9×65.1㎝(30호) 크기의 1960년작 ‘무제’가 4억6,000만원(케이옥션)에 새 주인을 찾았다. 색면과 기하학적으로 구성한 인물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당시 김환기가 자주 선보였던 문학잡지 표지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970년대 등장한 단색조 회화를 일컫는 ‘단색화’의 대표작가 박서보의 181.8×259.1㎝(200호) 크기의 2010년작 ‘묘법 No.100716’이 케이옥션에서 5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30개 에디션으로 지난해 제작된 박서보의 붉은색 판화 ‘묘법 No.10-20’는 서울옥션에서 5,300만원에 팔렸다. 캔버스 뒤에서 물감을 앞쪽으로 밀어내는 배압법(背壓法)의 화가 하종현의 120×180㎝의 1999년작 ‘접합 99-51’이 케이옥션에서 1억9,000만원에 팔렸다.
‘후기 단색화’ 혹은 ‘포스트 단색화’ 작가로 불리는 이배 작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숯을 재료로 수없이 반복해 갈아내며 작업으로 이어가는 ‘수행에 가까운 행위의 반복’이 ‘단색화’와의 공통적이다. 케이옥션에서 4억원에 팔린 175×140㎝의 2003년작 ‘불로부터-ch55’를 비롯해 양사 경매에서 9점이 총 8억9,1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1970년대는 단색화 뿐만 아니라 캔버스를 벗어나 미술의 기존 문법을 뒤집고 파괴하는 실험예술도 꿈틀대기 시작한 때다. 퍼포먼스라 불리는 행위예술, 대지미술, 한시적 설치예술과 개념미술을 ‘아방가르드’라는 이름으로 통칭할 수 있는데, 마침 내년에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아방가르드: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전을 개최할 예정이라 시장에서는 호재로 작동하고 있다.
영국 테이트모던 기획전에도 초청되는 등 국내외 재조명이 활발한 김구림의 작품 ‘음양 8-S,7’이 케이옥션에서 추정가를 2~3배 웃도는 9,0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에는 김구림의 ‘무제’ 2점이 각각 낮은 추정가 150만원에 경매에 올라 7배인 1,050만원에 나란히 새 주인을 찾았다.
미국의 미술전문 온라인플랫폼 ‘아트시(Artsy)’가 지난해 ‘주목해야 할 예술가 35인’으로 꼽았고, 글로벌 화랑 페이스(PACE) 갤러리에서의 전시로 주목을 끈 이건용은 10호 크기의 2011년작이 서울옥션에서 9,900만원에 팔렸다. 추정가는 2,500만~5,000만원인 작품이었다.
그리지 않은 그림, 의도치 않은 붓질의 화가 이강소의 181.8×227.3㎝(150호) 크기의 2008년작 ‘Becoming-08227’이 서울옥션에서 1억3,000만원에 팔렸다.
※한국 미술시장이 호황기에 진입했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이후 대중적으로 미술애호에 대한 인식이 확장된 데다 미술경매를 중심으로 젊은, 신규 컬렉터의 진입도 두드러지고 있다. 낙찰률과 낙찰총액, 작품 당 평균 낙찰가 등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술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서울경제는 경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제공하기 위해 매주 주말 ‘옥션 리포트’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