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발전용 석탄 재고가 사실상 바닥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모자라 아시아 경제 3위 국가인 인도 역시 전기가 부족해 경제가 멈출 위기에 처한 것이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인도 현지 석탄 화력발전소 135개 가운데 72개의 석탄 재고가 3일 치도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50개의 재고도 최대 10일 치에서 최소 4일 치 정도만 남은 상태이며, 10일 이상 재고가 있는 화력발전소는 13개에 불과하다.
인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석탄이 많이 묻혀 있는 국가다. 그런 인도에서 석탄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세계적인 석탄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다. 올해 2분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의 진앙이기도 한 인도는 그만큼 경제 회복 속도가 가팔랐고, 특히 공장용 산업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 실제 인도 주요 산업 중심지의 전력 소비는 지난 3분기에 최대 21%까지 급증했다.
문제는 다른 나라 역시 경제 재개로 석탄 수요가 늘었다는 점이다. 국제 기준가격으로 통용되는 호주 뉴캐슬 연료탄 가격은 지난 6월 톤당 128.55달러에서 10월 1일 현재 218달러로 70%가량 급등했다. 또 인도의 주요 석탄 공급처인 말레이시아산 석탄 가격도 올해 3월 톤당 60달러에서 9월 200달러로 세 배 이상 뛰었다. 자연스럽게 인도의 석탄 수입은 크게 줄었고, 인도 석탄 채굴 업계는 ‘국제 가격만큼 받지 못한다’며 석탄 생산 확대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현지 우기에 따른 석탄 생산량 감소도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한참 달리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도 중국처럼 심각한 전력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탄 화력발전소가 인도 전체 전력 생산의 53%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은 점차 영향권을 넓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도 전력 가격이 1년 전보다 최대 다섯 배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남서부에 위치한 현지 최대 수력발전용 저수지의 수위가 2006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면서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독일과 덴마크·영국 등 유럽 각국으로 전달되는데, 유럽은 현재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전력 가격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뛰어오른 상황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력 사정에 대체 자원마저 말라가는 것이다.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따라 화석연료 투자가 감소하는 만큼 이런 에너지 대란이 장기화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