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등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난다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축구 선수 박지성이 유럽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은 이유는 그가 ‘올라운드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란 자신의 포지션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자유로운 공수 전환을 통해 다른 선수들과 협력해 팀을 승리로 이끄는 멀티플레이어를 말한다. 해양수산부가 선박 안전 길잡이인 등대를 항로표지 분야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새롭게 탄생시키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903년 6월 인천 팔미도에서 첫 점등을 시작해 전국에 설치된 5,500여 기의 유·무인 등대는 어두운 밤바다에 불을 비추며 안전한 선박 운항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도입되면서 등대는 또 다른 능력을 가지게 됐다. 전통적인 항로표지 역할 외에 선박의 정밀한 위치 정보와 해양·기상 정보 제공이라는 미래 해상 교통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9월에 발표한 ‘제2차 항로표지 기본계획 수정계획(2021~2024)’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통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센서를 등대에 설치하는 스마트 항로표지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활용할 예정이다.


우선 한국 지형에 대한 정밀 분석과 해양 위치 정보 고도화 기술 개발을 통해 선박 위치 정보의 오차 범위를 10m에서 10㎝ 이하까지 개선한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을 운영하면 등대가 선박 위치 정보를 수집해 운영 센터에 전달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선박 위치의 기준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운영 센터는 등대로부터 받은 정보를 선사, 터미널 운영사, 해상 구조물 건설 업체 등에 제공해 선박 관리 및 터미널 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해상 구조물을 설치할 때 안전성을 더욱 잘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센서를 통해 주변의 해양·기상 데이터를 수집해 선사와 어민들에게 농무(짙은 안개)와 국지적 돌풍 등 선박 운항과 조업에 중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다양한 해양 안전 정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해상의 급작스런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기술이 더해지면서 등대는 불이 꺼진 동안에도 해상 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학습해 바다 위에서의 모든 활동이 보다 안전해지도록 돕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다가올 미래, 등대의 진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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