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피해’ 직접 입은 물류사도 “해운규제 신중해달라”

국회 해운법 개정 논의 앞두고
주요 물류기업들 우려 표명
“국적 선사 위기땐 수출도 타격”
과징금 부과 놓고 첫 우려 표명




해운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판토스(LX)·현대글로비스(현대차)·CJ대한통운(CJ)·쿠팡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물류사들이 가입한 한국통합물류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 과징금 부과가 과도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무리한 과징금 부과로 국적 선사들이 무너지면 과거 한진해운 사태처럼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 운임 담합의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는 대기업 물류 업체들이 공정위의 해운 운임 담합 과징금 부과에 대해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달 3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기 선사 담합 사건 관련 의견서’를 공정위와 해양수산부에 제출했다. 협회는 “담합의 직간접적 피해자인 화주·운송·물류 기업이 소속된 협회로서 누구보다 이러한 불공정한 담합 행위가 근절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다만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이후 수출입 경쟁력 저하와 국내 해운 산업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규제 수준을 신중히 결정해달라”고 밝혔다.


국내 물류 업계를 대표하는 통합물류협회는 판토스·현대글로비스·CJ대한통운·쿠팡·한화 등 대기업 물류 계열사와 포스코 등 150개 업체가 가입한 단체다. 대기업 화물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 화주의 운송 계약을 대행하는 국제 물류 주선 업체(포워더)도 포함한다. 국내외 해운사를 통해 동남아 해운 시장을 직접 이용하거나 이와 연계된 국내 운송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번 공정위의 처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동남아 항로 정기 선사를 대상으로 가격 담합을 이유로 총과징금 8,000억 원을 부과하겠다는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 구체적인 제재 수위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통합물류협회는 정기 선사 시장의 특성, 안정적 운임 유지의 필요성, 국적 선사의 경영상 안정에 따른 긍정적 효과, 국적 선사의 취약한 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정부 규제가 국내 해운 산업의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 기반이 아예 사라진다는 의미다. 협회는 “국적 선사는 존재만으로도 해외 선사와의 협상 시 경쟁력 확보의 발판이 되고 국내 수출 기업에는 수출 경쟁력의 기초가 된다”며 “국적 선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보호는 부수적 이익과 혜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해운 공동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 해운법 개정안 논의가 한창이다. 해운법 개정안의 본회의 의결을 마치면 공정위는 해운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공정위는 해운 운임 담합 봐주기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해수부와 해운 업계는 정기 선사의 특성상 공동 행위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맞서고 있다. 이번 의견서 제출로 물류 업계마저 사실상 해운 업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고병욱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정책연구실장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화주와 선사에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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