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 이끈 외인, 에너지·금융株는 샀다

[코스피 3,000 붕괴…7개월來 최저]
외인 6,200억원 매도에 1.9% 하락
삼성전자·현대차 등 신저가 잇달아
내수소비·에너지 업종 나홀로 강세
"매수 자제…이달 운송株 등 선전 기대"




코스피가 고점 대비 11% 넘게 떨어지며 주식시장의 열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 호황을 만들어준 유동성과 기업 이익이라는 근본적 환경에 균열이 나고 있는데 공급망 차질, 유럽·중국 에너지난 등 악재가 추가로 시장을 덮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악재가 해소돼 상승 흐름 재개를 바라기도 어려워 투자 선택지를 좁혀 신중하게 매매에 나서야 한다는 권고가 나온다.


5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7.01포인트(1.89%) 급락한 2,962.17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3월 10일(2,958.1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며 장중 연중 고점(6월 25일, 3,316.08) 대비 11.3% 떨어진 2,940.59까지 밀리면서 시장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210억 원을 팔아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도 27.83포인트(2.83%) 급락해 955.37에 거래를 마쳐 올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국내 산업을 지탱하는 반도체·자동차·전자·바이오 섹터의 대장주가 동반 연중 최저가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를 높였다. 최근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올라가면서 반도체 업황 냉각 우려를 불식시킨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연중 저가, 7만 1,400원)와 SK하이닉스(9만 7,200원)가 일제히 연중 신저가를 새로 썼고 업종 대표주인 현대차·현대모비스·LG전자 등도 올 들어 가장 부진한 시세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미국의 제약사 머크가 코로나19 알약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기업이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KRX헬스케어지수는 무려 7.58%나 추락했다.


시퍼렇게 물든 시장에서도 내수소비주 등 리오프닝 테마와 에너지 업종만큼은 빨간불이 켜지며 두각을 나타냈다. ‘위드 코로나’ 모멘텀에 CJ CGV(3.42%), 현대백화점(4.87%), 진에어(6.62%), 호텔신라(4.37%) 등이 이날 선전했다. 전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014년 이후 최고가(7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는 소식에 S-OIL(1.81%)·GS(2.49%) 등 정유주도 올랐다. 이날 6,000억 원을 넘게 판 외국인도 에너지 업종인 SK이노베이션·한국가스공사와 KB금융에는 차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지만 주식만큼 매력적인 대안은 없다면서도 상승 추세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기 때문에 당분간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수익률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날 코스피는 다수의 증권사들이 10월 지수 하단으로 제시한 2,950선을 내주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경기·물가·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근본적 문제의 개선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박스권 등락을 상정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병목현상이 장기화되며 물가와 경기가 불안해지고 있으며 이달 내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코스피가 기술적 반등으로 3,200선에 도달하면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살얼음판을 걷는 증시에서는 눈에 보이는 지표에 근거해 종목을 선택해야 하며 눈높이를 낮추고 적지만 확실한 수익을 줄 수 있는 배당주를 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목소리가 일관되게 나온다. 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삼성증권은 모두 시중금리 상승 모멘텀을 보유하고 연말로 갈수록 배당 매력을 뽐낼 금융주에 눈길을 두라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유가 환경이 지속되면서 정제 마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정유 등 에너지 업종과 운송 업종에 기회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산재한 악재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만큼 보다 보수적인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남은 하반기로 시간을 한정해 보면 주식 보유에 대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을 수 있다”며 “종목 투자의 범위를 좁히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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