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대란을 겪고 있는 중국 당국이 금융기관의 고가 사치품 투자를 제한하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투자금을 차라리 석탄이나 에너지 기업으로 돌려 전력 공급량을 늘리라는 취지다.
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CBIRC)는 이날 성명에서 은행과 보험사 등 중국 금융기관의 ‘투기성 상품’ 투자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국 고가 술인 마오타이주(酒)를 비롯해 푸얼차 등 고가 소비재에 대한 투자는 ‘자본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블룸버그는 “은보감회의 이날 발표는 중국 당국이 전력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석탄과 전력 회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최근 국유 에너지 기업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력 공급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부동산 위기도 계속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헝다그룹에 이어 또 다른 부동산 개발 업체인 판타시아도 만기 도래한 달러채를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판타시아의 미상환 원금은 2억 565만 달러(약 2,444억 원)다. 불과 약 2주 전 판타시아는 "유동성 문제가 없으며 이미 자금을 준비했다"고 밝혔으나 결국 자금 마련에 실패했다.
판타시아의 미상환은 예견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신용평가사 피치는 판타시아의 자료 제출에 앞서 판타시아의 장기 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달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과 예상을 밑도는 유동성, 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미 지난달 말 S&P글로벌신용평가와 무디스도 각각 판타시아의 신용등급을 'CCC'와 'B3'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이날 판타시아의 미상환 사실이 알려지자 피치는 판타시아 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판타시아의 파장은 헝다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1분기 계약 매출 순위에서 헝다는 3위를 기록한 반면 판타시아는 60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