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조세에도 부진했던 동남권 조선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내년부터 증가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조선업의 반등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는 지역경제의 재도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7일 BNK경제연구원의 발표한 ‘조선산업 동향과 지역경제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 국내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5.2% 증가한 1,366만CGT(표준선환산톤수·Compensated Gross Tonnage)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주실적은 같은 기간 기준 2008년(1668만CGT) 이후 13년 만에 최고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른 한국 수주점유율은 42.2%까지 상승했다. 1위 중국(44.9%)과의 격차는 크지 않은 반면 3위 일본(9.6%)과의 격차는 더 확대됐다. 특히 월별 기준으로는 올해 5월 이후 4개월 연속 전 세계 수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호조에도 불구하고 조선사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조선 3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2조9,948억원으로 지난해(-1886억원)에 비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동남권 중형조선 3사도 전년도 같은 기간에 332억원 흑자에서 올해 -64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수익성 악화는 선박가격의 20~25%를 차지하는 후판가격 급등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연구소는 파악했다. 국내 후판 유통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70만원 수준이었으나 중국 철강재 수출제한 정책 등의 영향으로 올해 7월말에는 톤당 130만원까지 상승했다.
조선사 부진의 영향으로 동남권 조선기자재업체의 실적도 하락했다. 지역 18개 상장 기자재업체 중 94.4%에 해당하는 17개사가 올해 상반기 중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도 38.8%(7개사)로 전체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내년 동남권 조선업계가 글로벌 교역 증가, 환경규제 강화 등에 힘입어 양호한 수주실적을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IMO(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가 상승, 개방형 스크러버 이용규제 확산 등도 수주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 생산의 경우 내년에는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주 호조세와 인도지연 물량의 본격적 생산 등이 기대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형조선사들이 수익성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되던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올해 상반기 중 공사손실충당금 설정으로 선반영해 향후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형조선사는 충당금 설정액이 미미해 수익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 반등은 고용, 부가가치 창출 등 직접적 파급효과 외에도 철강, 금속, 화학 등 후방산업 개선 등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동남권 조선업의 연평균 지역경제 성장기여도는 2001~2008년 중 0.9%p에 달했으나 2011~2019년 중에는 마이너스(-0.4%p)를 기록하며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동남권 조선업계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LNG 등 저탄소선박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대로 수익성을 높이고 안정적 성장구조 마련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선 암모니아, 수소 등을 사용하는 무탄소선박 시장의 점유율 확보를 위한 기술혁신에도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두 연구원장은 “조선업황이 회복의 기회를 맞으면서 동남권 경제도 재도약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역 조선사들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시장에서 기술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