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000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2조 원 이상의 피해를 안긴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투자 사태가 벌어진 지 1년이 넘었지만 관련 금융사들에 대한 징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라임·옵티머스와 관련된 금융감독원 직원은 민간회사 임원으로 이직해 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를 피한 사실도 나왔 다. 사기 피해를 적발해 엄벌해야 할 금융당국이 되레 도덕적해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주요 금융부실 사태에 대한 처리 결과’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과 부산은행 등을 제외한 펀드 운용사 및 판매사에 대한 징계를 아직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징계기관인 금융위로 올라갔지만 조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2조 원대의 사기 피해를 남긴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진 지 각각 1년~1년 6개월이 지난 상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 부실과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국회 차원의 요구가 있었고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올해 7월 금융당국의 책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여전히 판매사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 짓지 못한 것이다.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22일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기관 등록 취소와 과태료 9억 5,000만 원, 대표이사 해임요구, 올해 8월 25일 라임 펀드 판매사인 부산은행에 기관경고, 임원에게 감봉 등의 조치한 의결을 제외하면 금융당국 차원의 추가 징계를 찾을 수가 없다.
금감원은 주범이 미국으로 도주한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서는 ‘검사 및 제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라 라임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 10개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금융위에서 검사와 제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 하나은행(수탁사) 등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라임·옵티머스를 담당하던 금감원의 한 직원도 민간회사로 이직하며 처벌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감사원은 지난 7월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감원이) 사모펀드 시장 위험이 커지고 있는데도 자산운용사의 펀드 운영 관련 재무 자료와 특이 사항 보고 내용 등을 감시에 활용하지 않았다”, “2020년 옵티머스펀드에 대한 검사 과정에서 현장 검사 실시 등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지체하는 동안 펀드 관계자가 200억 원을 횡령하는 등 감독 업무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임직원 4명 가운데 실무자였던 수석급 2명은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관리자급 임직원 2명은 감봉 이하의 경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 팀장급 인사가 한 민간금융투자회사의 임원으로 이직하며 감사원의 칼날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직원은 회사 운용와 회계처리의 적법성 등을 관리하는 ‘감사’ 직책의 임원이 됐다. 이에 금감원은 이 직원이 ‘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은 사모펀드 부실 사기 운영과 판매 전 과정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차단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방치하고 말았다”며 투자자의 책임을 최소 20%로 잡은 배상비율 산정 기준 수정을 촉구했다.
윤창현 의원은 “금감원이 CEO 징계를 고집하니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까지 지연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사모펀드 사태 직접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부터 시작해야 피해자 보상에도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