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자신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조씨는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용량 부족으로 불필요한 것들은 많이 삭제했었다"며 "나도 원본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수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조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받은 지난해 4월 3일 전후로 두 사람이 통화한 녹취 2건을 최근 복구했다. 공수처가 수사 보안을 앞세워 공식적으로는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으나, 형식상 녹취 파일 속 당사자가 맞는지 조씨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경우 복구된 대화 내용이 조씨를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복구된 파일 녹취에서 김 의원은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며 고발장 작성 주체를 '우리(저희)'라고 표현하고, 대검찰청에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통화에서는 "서울남부지검으로 가라. 거기가 안전하다"며 접수처를 지정해주기도 했다. 해당 녹취 파일에 "검찰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 "제(김웅)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게 되니 쏙 빠져야 한다", "접수하면 얘기를 잘 해주겠다" 등 구체적인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의혹 발생 초기부터 김 의원과의 통화는 한 번이었고, 당시 김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에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주장해왔다.
한쪽에서는 공수처가 복구된 통화 내용에서 이미 고발장의 최초 작성자와 전달 경위 등을 파악할 단서를 포착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녹취 파일 속) '우리'와 '대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불과 3개월 전 사표를 낸 김웅 의원 아닌가"라며 "구속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수처는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 했으나 빈손으로 복귀했고, 김 의원 휴대전화 또한 6개월 주기로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져 대화 내용 확인에 난항을 겪어왔다. 전날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조상규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당시 미래통합당 내 고발장 전달 경로도 추적 중인 만큼 김 의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오전 조 변호사는 휴대폰 포렌식 참관을 위해 공수처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고발장 초안을 전달받으며 당으로부터 '조심하라'는 주의조차 없었다"며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사전 인지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