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7일 마이너스통장에 이어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의 신규 취급을 연말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케이뱅크도 이달 들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축소한 데 이어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 또한 연말까지 허용된 대출 총량을 사흘 만에 절반가량 소진하며 대출 중단에 직면했다. 정부의 ‘가계부채와의 전쟁’에서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은행들도 백기를 들며 고객들의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공지에서 8일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 일부 대출상품의 신규 신청을 한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단되는 상품은 △신용대출 △사잇돌대출 △전월세보증금대출이다. 신용대출 상품 중 중신용대출, 중신용플러스대출, 햇살론15와 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은 신청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1일부터 마이너스통장의 신규 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했다. 이번 조치로 중신용자와 청년 등 취약 계층 대상의 대출을 제외한 카카오뱅크의 대출 업무는 사실상 모두 막혔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가계부채의 안정화를 위해 일부 대출상품의 신규 신청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며 “자체 중신용 상품만 남기고 대출이 중단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가 1·2금융권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됨에 따라 인터넷은행 3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도 이날 오후까지 2,000억 원 이상의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대’로 제한한 금융 당국은 토스뱅크에 “연말까지 대출 총액이 5,000억 원을 넘을 수 없다”고 요구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토스뱅크는 사전 예약 신청자가 100만 명을 넘었음에도 순차적으로 가입을 받으며 대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꺼번에 고객이 몰려 대출을 요구할 경우 대출 총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다른 은행과 달리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2억 7,000만 원, 마이너스통장은 1억 5,000만 원까지 가능하게 해 대출 수요가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재 상황이라면 이번 주말께 토스뱅크는 올해 대출 총량을 모두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 문 연 지 1주일도 안 돼 대출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는 셈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대출은 막힌 채 고객들에게 금리 2%짜리 이자만 지급해야 한다.
토스뱅크 측은 “너무 적은 한도를 주고 영업하라는 것은 다른 인터넷은행들에 비해 차별적”이라며 “애초에 계획한 만큼 과감하게 영업을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케이뱅크도 자본금 확충 지연을 이유로 최근까지 대출 한도를 유지해오다 2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2억 5,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1억 원 줄였다. 마이너스통장과 중금리대출인 신용대출플러스 역시 대출 한도를 기존 1억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일제히 축소했다.
시중은행들이 기업 금융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 상품을 출시하는 것과 달리 인터넷은행은 상품 구성 자체가 적어 대출 축소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이다.
한편 수협중앙회의 상호금융을 통한 신규 가계대출이 이달부터 전면 중단됐다. 올해 들어 수협 상호금융에서 취급한 가계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금융 당국이 대출 총량을 규제하자 수협중앙회가 각 조합을 통해 신규 대출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이 이달 1일부터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수협 조합원과 비·준조합원 모두 신규 전세자금대출·주택담보대출·중도금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수협 조합원 가운데 어업 경영상 필요한 경우 대출이 제한 없이 이뤄진다.
한편 금융 당국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제한하기 위해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마련해 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세대출이나 집단대출도 제한해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