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 '이볼브드 에이프스(Evolved Apes)'의 개발자가 30억 원 상당의 프로젝트 자금을 빼돌린 뒤 잠적했다. 프로젝트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해당 NFT를 구매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볼브드 에이프스의 개발자 '이블 에이프(Evil Ape)'는 프로젝트 지갑에서 728ETH(약 30억 원)를 가로챈 뒤 사라졌다. 프로젝트의 웹사이트와 공식 트위터 계정도 폐쇄됐다.
도난된 자금은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에서 NFT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다. 작품당 평균 거래가격은 0.8 ETH(약 344만 원)이었으며, 1만 개의 컬렉션이 1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리에 판매됐다. 당초 NFT 판매 수익은 이볼브드 에이프스의 원숭이 캐릭터를 테마로 한 게임 개발에 사용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자가 자금을 가로채면서 게임 개발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NFT 게임 출시 등으로 프로젝트 가치가 뛸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문제는 개발자가 자금을 가로채 잠적했는데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볼브드 에이프스의 한 투자자는 "지불한 금액대로 NFT를 받은 것은 맞다"며 "게임 개발은 부가적 약속이기 때문에 확실한 사기로 처벌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NFT 거래가 국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처벌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피해자들은 이볼브드 에이프스의 본사가 위치한 영국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다. 그러나 해당 NFT가 세계 각국에서 판매됐기 때문에 관할권이 애매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볼브드 에이프스는 현재도 오픈씨에서 정상 판매되고 있다. 오픈씨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개발자 도주가 알려진 뒤에도 660개 이상 팔렸다.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개발자는 4%의 로열티를 챙긴다. 이볼브드 에이프스의 한 구매자는 "해당 작품의 판매 중단 및 로열티 배분 중지를 요청하기 위해 오픈씨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