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입장 차이로 지역 역점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 사업자와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수 년째 원활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일부 지자체는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지역주민의 염원이 담긴 역점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지자체와 기업이 소통 창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울산시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3년 5월 울산혁신도시 내 부지 2만4,300㎡를 555억 원에 사들인 뒤 이듬해 울산 중구와 백화점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울산혁신도시 내 알짜부지로 꼽히는 해당 부지는 당시 3.3㎡당 750만 원에 거래됐고 현재 주변 시세는 2,000만~3,000만 원에 이른다.
논란은 2019년까지 백화점을 비롯해 관련 시설을 준공하겠다는 신세계가 사업을 차일피일 연기하면서 불거졌다. 사업 지연에 따른 지역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신세계는 지난 6월 49층 규모의 주상복합시설을 짓겠다고 밝혔고 지난달 백화점보다 규모가 큰 ‘스타필드형 쇼핑시설’을 포함한 주상복합시설을 건립하겠는 계획안을 내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울산시민들과 지자체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신세계그룹의 주력 유통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쇼핑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광산구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놓고 광주시와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진건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은 군부대 사격장으로 쓰이던 어등산 일대 41만7,500㎡에 휴양시설, 호텔, 상가 등을 갖춘 유원지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서진건설은 지난 2019년 광주시 공모에 단독 참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협약이행 보증금 규모를 놓고 서진건설과 광주시는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9년 공모 당시 지침에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총사업 규모를 사업 신청자가 자율적으로 제안하도록 돼 있었다. 당시 서진건설이 제안한 사업계획서에는 해당 부지에 총사업비 4,816억원을 투자해 5성급 특급호텔 160실, 이벤트 광장, 생활형 숙박시설 314실, 스포츠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광주도시공사와 최종 협의를 거쳐 공공편익시설, 숙박시설, 운동·오락시설, 상가시설 등에 소요되는 공사비 등의 합계액인 4,826억 원을 총사업비로 확정했다. 올해 협상을 재개하면서 광주시가 총사업비 4,800여억원의 10%를 보증금으로 요구했지만 서진건설은 기반사업비 200억 원의 10%를 주장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기획재정부 유권해석까지 받았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현재 행정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청문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청문절차가 끝나면 광주시는 공공개발에 나설 계획이어서 서진건설은 소송에 나설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대전시도 민간특례 사업을 놓고 민간 사업자와 수년 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대전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둔 지난 2015년 민간 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35만㎡ 규모에 아파트 450여 가구와 공원을 조성하는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연환경 훼손을 이유로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이에 사업자인 매봉파크PFV 측은 대전시의 사업 취소 결정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에 대해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2월 1심은 사업 취소의 공익성보다 사업자의 피해가 더 크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 2심에서도 도시계획위원회 부결 결정을 존중한 시의 판단을 일부 인정했으나 원고가 일부 승소하면서 대전시에 큰 압박이 됐다. 대전시는 이미 460억 원을 들여 토지 매입까지 완료한 상황이어서 파기환송심에서 승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