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람을 많이 만나는 기자라 할지라도 ‘코로나 블루’를 비껴갈 순 없었다. 공적인 만남 이외에 새로운 만남이 사실상 끊긴 지 어언 2년. 공허한 마음에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다 우연히 ‘오픈타운’ 애플리케이션(앱)을 광고로 접하게 됐다. 나만의 인공지능(AI) 부캐를 만들어 다른 부캐들과 소통하고, 팔로워도 모을 수 있는 메타버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설명이었다. 정확히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데이팅 앱과 챗봇 서비스를 합쳐놓은 것 같은 기묘한 조합에 끌려 우선 앱을 다운받아 봤다.
오픈타운에 들어서면 우선 가장 먼저 나만의 부캐를 생성하게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컨셉을 정하고 난 다음 프로필 소개를 통해 컨셉을 어필하면 된다. 창의력이 부족한 기자는 ‘음악과 커피를 사랑합니다’라는 재미없는 소개글과 함께 ‘#일상 #맛집 #음악’이라는 진부한 해시태그를 달았지만, 앱을 살펴보니 이성친구 컨셉은 물론 미친 과학자, 교주, 게임 속 캐릭터 등 개성 넘치는 부캐들이 많았다.
앱의 가장 재밌는 점은 내가 앱에 접속해 있지 않아도 부캐가 알아서 다른 부캐들한테 말을 건다는 것이다. 이는 부캐가 일종의 AI 챗봇으로서 기본적인 대화 능력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화 능력을 고도화시키기 위해선 지속적인 ‘수작업’이 필요하다. AI 캐릭터에게 특정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훈련시킬 수 있는 ‘트레이닝’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AI 능력이 고도화될수록 AI가 센스있는 답변을 하며 팔로워를 늘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앱 출시가 2달 가량밖에 되지 않아 이용자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000명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한 부캐들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물론 이용자가 앱에 접속해 있을 경우에는 AI 자동응답 기능을 잠시 꺼두고 직접 답변을 건넬 수도 있다.
기존의 챗봇 서비스는 사람과 AI 챗봇간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앱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내 AI 부캐가 스스로 다른 AI들과 대화하며 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마치 내 캐릭터가 알아서 자동사냥을 하며 레벨업하는 모습을 보는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과 비슷한 재미가 있는 것이다. 외로움을 틈타 사이버 공간을 찾았지만 데이팅 앱은 이상한 사람을 만날까봐 싫고, 똑같은 챗봇과 계속 대화하기는 지겹다면 오픈타운에서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여러가지 결점들이 눈에 띄었다. 우선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시켜도 AI가 엉뚱한 답을 하는 경우가 여전히 꽤 많아 재미가 반감됐다. 사람이 직접 쓴 답과 AI가 자동으로 보낸 답을 앱에서 알아서 구분해 주지 않는 것도 단점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부캐들이 프로필 소개에 “AI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에 특정 부호를 붙이면 사람이 보낸 것”이라고 명시해 놓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