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손녀를 5년 동안 수차례 성폭행하고 이 과정을 촬영·소지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8일 성폭력처벌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간음) 등 혐의로 기소된 A(74)씨에게 이 같은 판결했다. 5년 동안의 취업제한 명령과 2년의 보호관찰 명령도 함께 내렸다. 또 보호관찰 기간에 아동·청소년 보호시설과 교육·놀이시설에 출입하거나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고,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하는 것도 제한했다.
A씨는 2013년 2월부터 약 4년 동안 미성년자인 친손녀 B양을 6회에 걸쳐 성폭행하고 이 과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46차례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손녀는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진 상태였고, A씨는 외출 등 명목으로 손녀를 시설에서 잠깐씩 데리고 나와 범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성 정체성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 피해자를 자신의 성적 욕구 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히 반인륜적이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죽을 죄를 지었다”며 “피해를 당한 우리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악몽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회인이 되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피고인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피해자가 쉽게 저항하지 못하는 처지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린 나이에 버림받은 피해자는 연락 가능한 유일한 가족인 친할아버지에게 만 10세부터 성폭력 범죄를 당했고, 자신만 참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참았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피해자가 나이 들어 보호시설을 나가게 되면서 피고인이 자신을 찾아올 것을 두려워해 신고하게 된 것"이라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엄벌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성범죄 전력이 없는 점, 다시 피해자를 만나지 않겠다며 용서를 구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