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못 준다 돌변 집주인'…이렇게 소송 준비했다 [코주부]

나홀로 '좌충우돌' 전세 보증금 반환기 1회

/사진=이미지투데이

(편집자 주) 요즘 '깡통전세'로 시장이 시끄럽죠? 전세보증금을 떼어 먹은 조직적 임대사업자들 뉴스도 들리구요. 어떤 분은 제 메일로 집주인이 임대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제보도 하셨어요.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으로 임차인이 갑이 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 임차인은 임대인에 비해서 대부분의 경우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아야 하는 시기가 오면 자신의 돈인데도 받지 못할까, 또는 제때 받지 못할까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디터 역시 이삿날까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험을 해봤는데요. 계약 만료 두 달 전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알리고 이삿날까지 받아뒀는데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집주인이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 전에는 보증금을 주지 못한다고 태도가 돌변하더군요. 집을 소개해준 중개업소에서도 집주인이 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만 하더군요. 앞으로 <코주부 레터>는 3회에 걸쳐 보증금 반납을 미루는 집주인에게서 어떻게 받아낼 수 있었는지 그 때의 경험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렇게 하면 무조건 보증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내용은 아닙니다. 보증금 반환 과정에서 임차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임차인에게 조금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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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던 2019년

벌써 2년 전이네요. 서울 목동의 한 빌라에 살고 있던 에디터는 그해 3월 26일 전세 계약이 만료돼 연장을 할 지 다른 전세를 구할 지, 혹은 대출을 조금 받아서 아파트를 매매할 지 고민을 하고 있었죠. 현 정부가 집값은 무조건 잡겠다는 말에 2년 전 집을 사려다 전세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결국 아내와 상의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조금 낡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매물이 나왔더군요. 새로 찜한 아파트의 호가는 5억7,000만원이었습니다.


자금계획은 이랬습니다. KB국민은행 기준 해당 아파트의 매매호가가 5억4,000만원이어서 대출은 40%인 2억1,600만원까지 가능했습니다. 여기에 다니는 회사에서 후순위로 빌려주는 주택구입자금 6,000만원 등 총 2억7,600만원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전세보증금 1억9,000만원에 모아 놓은 돈 1억3,000만원 정도로 집을 매수할 계획이었습니다. 자금계획이 서자 1월 14일 계약 만료 70일 정도를 남겨두고 집주인에게 전화와 문자를 보냈습니다.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알리기 위해서죠.


Tip 당시엔 전세든 월세든 계약 만료 최소 한 달 전에는 집주인에게 알려줘야 했습니다. 지금은 또 바뀌었다고 하네요. 최소 두 달 전에는 재계약 의사가 없으면 알려줘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묵시적 갱신으로 집주인이 제때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임차인이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1월 29일 집주인분이 전화를 해 달라고 하더군요. 신규세입자와 계약이 됐다고. 일이 잘 풀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2월 초 집주인이 전화를 해 계약이 무산됐다고 하네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월 말이 되자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집주인에게 독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자로 "부동산에 또 전화를 해보겠다"고만 하더군요.


돌변한 집주인에게 내용증명 보내기

3월이 되자 집주인에게 "우리는 계약 만료일에 이사를 할 것이고, 그 때 보증금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연락(문자)을 했습니다. 그러자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전까지 보증금을 주지 못한다며 돌변하더군요. 급해졌습니다. 일단 인터넷 검색 찬스. 우선 내용 증명을 보내라고 하더군요. 법적인 효력은 없더라도 나중에 혹시라도 소송까지 갈 경우 세입자가 갑자기 보증금을 반환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와 관련한 분쟁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용도라고 합니다.



Tip 내용증명 작성법


1. 제목을 써야 함 ex.) 임대차 계약 종료에 따른 임차보증금 반환 건


2.수신인(임대인) 이름과 주소


3.발신인(임차인) 이름과 주소


4. 청구내용


-내용은 자유롭게 쓰되 임차한 물건의 주소와 보증금, 계약기간을 꼭 명시해야 함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통보한 날과 여러 차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한 사실 및 임대인의 거부한 사실 등을 명시


-보증금 반환 요청 및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고지.


5. 기타


내용증명은 수신인 한 명 당 3부를 작성해야 합니다. 한 부는 자신이 보관하고 한 부는 임대인, 한 부는 우체국이 보관합니다. 작성한 뒤 보낸 날짜와 임차인(본인) 이름과 인감도장을 '꾹' 찍어주시면 됩니다.


작성한 내용증명은 가까운 우체국에 가서 보냅니다. 내용증명 업무가 많아 웬만한 우체국에는 창구가 따로 있습니다. 물어보시고 창구에 가셔서 내용증명 보내려고 한다고 하면 친절히 설명해 주십니다.





처음 써보는 내용증명이지만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작성했습니다.회사 근처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을 발송했죠. 조급한 맘에 돈을 조금 더 주고 다음날 도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아까운 돈...왜 내 돈을 받겠다는데 또 돈을 써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최초로 보낸 내용증명과 두번째로 보낸 내용증명. 내용증명에는 대체로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면 됩니다. 간략하고 정중하게 쓰는 게 좋습니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반송되는 내용증명…어디에 살고 있는거야

첫 번째 내용증명은 3월 5일에 보냈습니다. 계약 만료일까지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는 문자도 보냈죠. 역시나 답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내용증명을 보내면 웬만한 집주인은 바로 연락이 온다고 하던데 저희 집주인은 '읽씹'하고 말더군요.


일주일 쯤 지나자 보냈던 내용증명이 반송됐습니다. 사유는 '폐문부재'. 또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폐문부재는 말 그대로 '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다'는 뜻이라네요. 집배원분이 방문했지만 문도 안열어주고 사람도 없다는 뜻이겠죠. 주소가 잘못됐나? 마음은 더 급해졌습니다.


처음 보낸 내용 증명은 임대차계약서 상의 주소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등기부등본을 떼어 봤습니다. 떡하니 다른 주소가 기재돼 있네요. 계약서 상은 경기도 안성시였는데, 등기부등본에는 서울 관악구네요. 아랫층도 같은 집주인이어서 그 집 등기부 등본도 찾아봤습니다. 역시 관악구였습니다. "이 주소겠군." 저의 예리함에 스스로 감동하면서 다시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받겠지'하고. 하지만 이번에는 '주소 불명'으로 나옵니다. 해당 호수가 없다고 하네요.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허위였던 겁니다. 지금은 이렇게 평온하게 그 당시를 떠올리지만 그 땐 솔직히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친절한 인터넷씨는 내용증명이 여러 차례 반송되면 그 결과를 가지고 인근 동사무소에 요청하면 집주인의 초본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공시송달, 야간송달, 휴일송달 등의 방법도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해당 주소가 정확하고 그 곳에 집주인이 살고 있어야 효과가 있겠죠. 정확히 살고 있는 주소를 알아내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내용증명을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기준은 ‘삼 세 번’. ‘국룰’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세 번째 내용증명 역시 반송됐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tip 내용증명 제대로 보내기


사실 다 겪고 난 이후에 알아차린 것이지만 내용증명이 집주인에게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더군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사실만 있으면 됩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민사소송까지 진행했을 경우 내용증명으로 전세보증금 반환과 관련해서 분쟁이 지속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만 되면 됩니다. 일부 전세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는 일부 집주인들의 경우 분쟁이 없었고, 세입자가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내용증명을 보내고 집주인에게 문자나 전화로 통보해 주기만 해도 됩니다. 물론 이를 몰랐던 그 당시 제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앞으로 혹시라도 보증금 반환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세번째 내용증명이 반송된 이튿날 인터넷에서 본 대로 동사무소를 들렀습니다. 다음은 등·초본 발급을 담당하는 직원과의 대화. 길게 얘기했지만 정리하면 이랬습니다.



"OOO씨 초본을 떼러 왔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임대보증금을 반환해주지 않아 내용증명을 여러 차례 보냈는데 폐문부재로 반송돼 현 거주지 주소를 알고 싶어서요."


"제3자가 타인의 초본을 발급받을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가능하다고 하던데요."


"네? (웃으며)안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거의 울기 직전. 그런 제가 불쌍해 보였을까요. 담당 공무원분께서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얘기를 해주시네요)


"초본은 법원의 명령서가 있으면 발급받을 수 있어요."


"법원 명령서를 어떻게 받아요?"


"보통 소송을 걸었는데 소장이 제대로 송달되지 않으면 주소를 수정하라는 보정 요구가 나옵니다. 그걸 가져오면 발급받을 수 있을 거에요."















다시 얘기하겠지만 지급명령을 받기 위해 법원에 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주소는 여전히 모르고 있었고요. 그런데 법원에서 지급명령과 관련한 서류를 집주인에게 보냈는데 폐문부재가 되자 저에게 제대로 된 주소를 알아오라며 주소보정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법원의 주소보정명령등본을 가지고 회사 근처 구청에 가서 결국 집주인의 실거주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 만료 1주일 전…결국 소송을 향하고

동사무소에서 나오는데 짜증이 확 솟구쳐 올랐습니다. 왜 내 돈을 돌려받는게 이렇게 어렵지라고. 금세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삿날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까요? 지금 신규 세입자와 계약하더라도 보증금을 제 때 돌려받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 소송은 소송이고 어떻게든 잔금을 구해야 했습니다. 1억9,000만원이나 되는 돈을. 잔금을 못 치르면 계약이 어그러지고 위약금도 물어야 겠죠.


내용 증명이 두 번 반송된 후 변호사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난 형사 전문이라 좀 봐야 겠는데."라고 합니다. "일단 돈을 못받았으면 지급명령 신청을 해봐. 그리고 임차권 등기 설정이라는게 있는데 그것도 진행해봐. 전자소송으로 하면 혼자서도 충분할 거야. 준비하다 막히는 것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


동사무소에서 충격을 받고 나온 뒤 변호사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전자소송? 지급명령? 임차권등기설정? 소송을 나혼자 한다고? 어떻게? 수많은 의문이 남았지만, 정상적으로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본격적으로 소송을 준비해야 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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