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잠을 잊은 골프팬들은 마음 편히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고진영(26)이 4타 차 여유를 안고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안정감 넘치는 경기 운영에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송곳 아이언’이 안정적인 플레이의 원동력이 됐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2위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0승을 채웠다. 고진영은 11일(한국 시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 콜드웰의 마운틴리지CC(파71)에서 끝난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기록해 카롤린 마손(독일·14언더파)을 여유 있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첫날 8언더파를 몰아쳐 선두에 나선 후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5억 3,000만 원)다.
고진영은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0승에 LPGA 투어에서도 통산 10승을 수확했다. 이날까지 최근 14라운드 연속으로 60대 타수를 쳐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은퇴·스웨덴)과 어깨를 나란히 한 꾸준함의 밑거름 역시 아이언 샷이었다. 지난 8월 끝난 도쿄 올림픽 이후 이시우 스윙코치와 다시 호흡을 맞추면서 아이언 샷이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이 코치는 “손과 손목 등 작은 근육으로 하던 것을 몸통과 큰 근육을 이용하는 스윙으로 교정했다”면서 “컨디션에 따른 기복이 줄어들고 일관성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몸통 스윙을 하면서 중심축을 고정하는 부분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코치는 “선수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다른 여자 선수들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거리가 늘어 더 편안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앞으로 고진영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세계 1위 복귀를 낙관했다.
이날 6번과 8번 홀 버디를 잡은 고진영은 후반 들어 12·13번과 15·16번 홀에서 2~3m 거리에 붙여 두 차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시즌 3승으로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한 고진영은 이날 공동 19위로 마친 코르다와의 세계 랭킹 포인트 격차도 줄였다. 아울러 이번 우승으로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김세영(12승), 신지애(11승)에 이어 LPGA 투어에서 두 자리 승수를 거둔 5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고진영은 “지난주 (준우승한 숍라이트 클래식) 최종 라운드 플레이가 좋지 않아 아쉬웠는데 2년 만에 열린 이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해 기쁘다”면서 “(오는 21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소렌스탐의 기록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국적 선수가 LPGA 투어에서 거둔 통산 198승과 199승째의 주인공이 된 고진영이 기세를 이어 국내에서 200번째 우승의 기념비를 세울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