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실용 내걸었지만…"국가주도·재정투입 '실패 답습' 우려"

[수락연설로 본 이재명 '5대 경제 키워드']
■전문가 평가는
①국가주도 경제 - 文, 대규모 재정지출에도 성장효과 못봐
②실용주의 방점 - 脫이념 불구…시장친화정책 추진 미지수
③기본 시리즈 - 대규모 증세 등 불가피…실현가능성 낮아
④부동산 대개혁 - '국토보유세' 등 도입, 가격왜곡 부를수도
⑤공정 경제질서 - 공정 위한다며 지나친 국가개입땐 역효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봉안당을 둘러보고 있다. /권욱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락 연설을 통해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내놓았다. 공약을 통해 좀 더 구체화하겠지만 핵심 키워드는 △국가 주도 경제 부흥 △루스벨트식 실용주의 △기본소득 등 기본시리즈 △부동산 대개혁 △공정한 경제 질서 등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충격을 벗어나기 위해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은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경제 관련 공약이 지나치게 공공 주도인 점을 우려했다. 또 일부 경제정책의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재원 마련 방안 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국가주도 경제부흥


이 후보가 제 1공약으로 내세운 과제는 전환적 공정 성장이다. 전환적 공정 성장은 우하향 한국 경제를 우상향 지속 성장 경제로 바꾸기 위한 전략이다. 신속한 산업 전환·재편으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루겠다는 게 핵심인데, 에너지·디지털·바이오 산업 육성과 인재 양성 등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 공약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관련 발전 산업, 설비 제조, 유통 공급, 전력 인프라, 친환경 미래차, 배터리, 충전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에너지 업무를 통합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후보 수락 연설문에서도 ‘경제’와 ‘공정’이라는 단어를 각각 10번이나 언급했다. 총 47회 언급한 ‘국민’에 이어 최다 빈도로 사용한 것으로 지지층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정과 중도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가가 주도해 경제성장을 시키겠다는 인식 자체에 우려를 표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대규모 재정 지출을 단행했지만 경제성장에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미 입증됐다”며 “(이 후보가 롤모델로 삼는)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공장 내 파업 금지 조치 등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라고 조언했다.


◇진보·보수 초월한 실용주의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고 평가 받는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실용주의라는 키워드도 제시했다. 정치·사회 이슈에서는 개혁적 색채를 강화하되 탈이념 행보를 통해 중도층 표심까지 포용하는 ‘우클릭’ 행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그는 “경제와 민생에 파란색, 빨간색이 무슨 상관이겠냐”면서 “유용하고 효율적이면 진보·보수, 좌파·우파, 박정희 정책 김대중 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지갑을 채우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채택하고 과감하게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중도층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 지사가 실용주의를 명분 삼아 우클릭 행보에 나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다만 원론적으로 우클릭 행보를 말하는 것과 실제 시장 친화적, 친기업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소득부터 금융까지 기본시리즈





당 안팎의 우려에도 이 후보는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오는 2023년까지 전 국민에게 1인당 연 25만 원, 2024년 이후에는 1인당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19~29세 청년(약 700만 명)은 연간 100만 원씩 청년기본소득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청년들은 2023년까지 보편기본소득 연 25만 원에 청년기본소득(100만 원)을 더해 연 125만 원을 받는다. 2024년 이후에는 보편기본소득이 100만 원으로 늘면서 청년들은 연 2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수령한다. 이 후보는 이처럼 구체적인 지급 스케줄과 함께 재원 방안 마련으로는 비과세·감면제도 구조 조정, 탄소세 신설 등도 제안했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여전히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공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기본소득 등 재원을 마련하려면 결국 대규모 증세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면서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개발이익 전액 환수…부동산 대개혁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이 후보는 부동산 개혁에 대한 남다른 의지도 드러냈다. 약 4,200자에 달하는 수락 연설 가운데 300자가량을 부동산 정책에 할애할 정도다. 이 후보는 “한순간도 미루지 않겠다.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을 할 것”이라며 개발이익 완전 국민환원제, 건설원가·분양원가 공개 등을 선언했다.


국토보유세 도입 역시 이재명표 부동산 개혁의 핵심 정책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는 8월 기자회견에서 국토보유세 신설을 예고하며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토지거래세를 줄이고 0.17%에 불과한 실효보유세를 1% 선까지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주택이라는 해법을 마련했다.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에게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있는 고품질 주택에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하는 공공주택 100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불공정 타파 위한 공정한 경제


이 후보의 성장 정책의 또 다른 축은 공정한 경제 환경 조성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강화, 불공정 거래와 악의적 불법행위 징벌 배상, 하청업체와 대리점·가맹점·소상공인 등 ‘을’의 위치에 있는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단체결성·협상권 부여 등을 약속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이재명 식 사이다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계산법이다. 그는 7월 공약 발표 자리에서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 불공정 거래를 하는 대기업을 겨냥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한 불공정 거래 징벌 배상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이번 대장동 사태도 공공이 오히려 (멀쩡한 사업을)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 기업에 사업을 전적으로 맡겼다면 이 정도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선진국인데, 주택정책이나 노사 관계 등 경제 전반에 공공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해외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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