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건축을 세우고 한국은행 본점 등을 설계한 한국 건축계의 거목 원정수(사진) 전 인하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1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지난 1957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59년 한국 최초 여성 건축가 고(故) 지순 씨와 결혼해 부부가 함께 일양건축사사무소·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를 세우는 등 국내 현대 건축을 이끌었다. 1963~1999년 인하대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면서 실제 건축설계 실무도 맡았다. 포항공대, 포스코센터, 태평로 삼성빌딩, 동숭아트센터, LG(옛 금성) 중앙연구소 등을 설계했으며 최근 천주교 명동대성당 성지화 작업과 은평성모병원 설계에 관여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과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등도 원 교수의 작품이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비롯해 국민훈장 목련장, 예총 예술문화상 대상 등을 받았다. ‘한국 건축 어디로 가고 있나’ ‘집-한국 주택의 어제와 오늘’ ‘원정수·지순 구술집’ 등 저서도 남겼다. 오동희 간삼(간삼건축 지주회사) 대표이사는 “해방 후 건축계를 이끈,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생들로 이뤄진 목구회에서도 가장 선배로 일제강점기 1세대 건축가와 현대 건축의 가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부인 지 씨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이 별세한 10일은 62주년 결혼기념일로 알려졌다. 유족은 딸 원순영(재미 사회학자)·선(스웨덴 에릭슨 근무)·혜원(바이올리니스트)·혜성(그래픽 디자이너) 씨와 사위 송규진·박대민·이종한 씨가 있다. 빈소는 본인이 설계한 은평성모병원 장례식장 6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2일 오전 6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