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공급 부족 우려에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벌이자 국내 정유주들이 하락장에서도 유가 상승세에 견줄 만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원유 재고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 겨울 난방 시즌이 본격화할 시 수급 불안에 따라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010950))은 전 거래일보다 6.13% 오른 11만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쓰오일은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 8월 말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29.16% 급등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4.71% 떨어졌다. 이날 전일 대비 3.43%, 2.74% 상승한 SK이노베이션(096770), GS도 각각 10%, 15%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15.10% 오른 극동유화(014530)와 19.41% 상승한 흥구석유(024060) 역시 이날 강세를 이어갔다.
경기회복에 따라 원유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타이트한 공급 및 재고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며 국제 유가는 이달 올해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선을 돌파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가격은 전일 대비 1.17% 오른 배럴당 80.52달러에 마감하며 약 7년 만에 80달러선을 돌파했다. 8월 20일(62.14달러) 대비 29.58% 뛴 수치다. 이날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역시 전일 대비 1.53%, 1.14% 상승한 83.65달러, 80.68달러로 마감했다.
유가 상승세에 따라 정유 업체들의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 및 수송비 등을 뺀 값)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정유 업체들이 원유를 해외에서 수입해 수송 및 정제를 거쳐 판매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유가가 상승하면 재고 가치가 오르며 제품을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게 돼 정유 업체의 정제마진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겨울 난방 시즌에 돌입하면 에너지 수요가 더욱 커지며 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 원유 재고가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기존의 공급 정상화 속도를 유지하고 미국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지 않는 한 타이트한 수급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회복 외에도 천연가스 및 석탄을 대체한 전력용·난방용 원유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에너지 수급 불안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 중 겪는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