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이어 내후년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에 ‘공급 한파’가 불어닥치며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쳤던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주요 단지들의 분양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지난 4년 내내 수요 억제로 일관했던 부동산 정책의 후폭풍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2,085가구로 내년(2만 491가구)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4만 9,435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전년 대비 1만 7,978가구 감소한 3만 1,457가구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도 올해보다 1만 9,666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년 연속 2만 가구 초반을 기록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던 2012년(2만 336가구)과 2013년(2만 546가구)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는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곳곳에서 미분양이 쌓이면서 분양과 입주 물량이 감소했던 시기다.
입주 물량 한파가 내후년까지 이어지는 것은 각 정비조합이 마지막 단계에서 분양 결정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아파트 분양에서 입주까지는 3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분양 물량이 줄면 2~3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조합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주택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관리제 등 정부의 각종 규제를 우려해 분양을 연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서울의 아파트 분양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이후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은 이달 12일 현재까지 7,029가구로 지난해(4만 1,816가구)보다 3만 4,787가구(83.19%) 감소했다. 최근에도 둔촌주공(1만 2,032가구), 방배5구역(2,796가구), 이문1구역(2,094가구), 대조1구역(1,971가구) 등이 분양을 내년으로 미뤘거나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정책적으로 재초환과 분양가상한제 등을 완화하거나 조정하지 않는다면 조합이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당장 내년과 내후년 물량 감소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