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시점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과세 유예’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과세’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국회에서는 과세 시점을 미루는 내용의 법안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발의됐다. 대선 후보들도 과세 유예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주이용층인 2030의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지금까지 총 4건 발의됐다. 가장 최근에 발의된 것은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안이다. 조 의원은 전날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오는 2023년 1월 1일로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가상자산 과세를 2023~2024년으로 유예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 4건은 모두 다음 달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위의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 관련 법안은 조세소위가 열리면 한꺼번에 상정돼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대권 도전자들도 과세 유예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주식 양도 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며 “1년 때문에 젊은이에게 상실감이나 억울함을 줄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도 “국가가 거래를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세금을 걷겠다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역시 “2030세대의 주머니까지 급하게 털어가야 할 정도로 (정부) 재정이 어렵나”라고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과세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당정청은 지난달 말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유예 법안을 내놓으면서 과세 유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세금을 정확히 부과하려면 전산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당정청 협의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기재위 여당 간사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 등 많은 여야 의원들이 대선을 의식하고 유예 입장을 펴고 있어 내년부터 과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