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공습을 본격화하고 있다. 버스와 초소형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중국 업체들이 승용 전기차 시장으로도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버스는 총 1,008대가 판매됐다. 지난 2018년(138대) 대비 약 6배가량 성장했는데 자동차 시장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이 전기버스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제는 성장하고 있는 전기버스 시장의 상당 부분을 중국 버스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6월까지 올해 상반기 판매된 전기버스 중 중국산 비중은 40.8%에 달했다. 2019년(26.1%)에 이어 지난해 34%를 기록한 후 중국산 버스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저렴한 가격 요인이 가장 크다. 하이거(海格)·포톤(福田)·중퉁(中通) 등 주요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은 국내 총판 업체를 통해 전기버스를 수출하는데 버스 가격이 대당 4억 원대 안팎으로 국산 전기버스보다 거의 1억 원가량 저렴하다. 이에 더해 6월 기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인 전기버스 중 중국산 모델 수는 25종으로 국산 전기버스 20종보다 많다. 상용차 특성상 노선에 따라 탑승객 수와 운행 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버스 업체 입장에서도 조건이 맞는다면 모델이 다양한 중국산 버스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습이 버스 시장보다 더 거세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초소형 전기차 1,855대 가운데 969대는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비중이 52.2%로 사실상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국산차 중에서는 르노삼성의 트위지가 선전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에 밀리는 상황이다. 또한 초소형 전기차의 경우 몸체라고 할 수 있는 플랫폼부터 심장인 배터리까지 중국산을 들여와 국내 업체들이 조립하는 경우가 많아 중국 부품 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은 버스·초소형차 시장을 기반으로 국내 전기 승용차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가 모회사인 볼보가 론칭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연말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폴스타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선보일 첫 차로 유력한 ‘폴스타2’는 해외 시장에서는 테슬라 ‘모델3’와 직접 경쟁하며 판매 호조를 기록하는 상황이라 국내 시장에서도 상당한 인기가 예상된다. 올해 ‘아이오닉5’와 ‘EV6’를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한 현대자동차그룹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상대가 또 나타난 것이다. 특히 폴스타의 경우 볼보 계열사라 최근 현대차(005380)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공략하고 있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제네시스는 최근 첫 전용 전기차 ‘GV60’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