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는 경제 위기에 취약…임기말 文, 재정 건전성에 집중해야” [청론직설]

◆김정식 사회과학협의회장(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글로벌 퍼펙트스톰 대비 버블 붕괴·부채 위기 관리해야
기본소득은 저소득층 복지 저해, 경제학적으로 부적절
포퓰리즘으로 국가부채비율 50%육박, 자본유출 대비를
중국 추격 허용하면 잠재성장률 추락으로 ‘잃어버린 20년’

김정식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이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이 있는 해에는 경제 위기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임기 말의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는 세계 경제의 퍼펙트 스톰에 잘 대응해 경제 위기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인 김정식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은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남미 국가들의 사례에서 보듯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는 경제 위기에 취약했다”며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최대 과제로 복합 위기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꼽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실패와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부(富)의 양극화가 뼈아프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 회장은 “현재 외환보유액이 4,7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자본 유출이 가시화되면 충분하지 않다”면서 재정 건전성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됐는가.


△경기 침체와 부동산 버블 등으로 국내 경제의 성과가 좋지 않다. 소주성은 본래 내수 시장이 큰 나라에 맞는 정책이다.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내수 시장이 작고 수출 비중이 큰 국가여서 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할 경우 내수 증가의 이익보다 수출 경쟁력 약화의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소주성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에 실패하고 저성장을 기록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더 큰 문제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평가해달라.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흑자로 대외적 신뢰도를 유지한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심성 재정 지출 확대로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를 늘렸으며 한국 경제가 앞으로도 포퓰리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했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적자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에서 관리됐으나 올해는 6% 이상으로 높아졌다.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도 현 정부 출범 전에는 35%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48%를 넘고 오는 2025년에는 60%가량에 이른다. 기본소득 지급 등 포퓰리즘에 따라 앞으로 국가 부채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카먼 라인하트 교수는 멕시코·아르헨티나 등의 경우 국가 부채 비율 40~50% 수준에서 부도가 발생했다고 갈파했다.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재정건전화법 도입이 시급한 것 아닌가.


△재정준칙이나 관련 법이 없는 게 아니라 지켜지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다수당이 법을 바꿀 경우 재정준칙은 의미가 없어진다. 현재는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해 재정준칙은 지켜지기 어렵다. 선심성 재정 정책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학적으로도 기본소득은 부작용이 많다. 한정된 예산도 문제이지만 되레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로 현실화할 개연성이 상당히 있다. 올해도 이미 국민 지원금 명목으로 2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불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식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이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이 있는 해에는 경제 위기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임기 말의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부동산 정책 실패의 근본 요인은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는 토건업에 대단히 부정적이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물가를 높이고 부동산 가격을 올려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주택 공급을 늘리기보다 토건족을 겨냥한 수요 억제책을 썼는데 그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하고 1주택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제도가 서울의 주택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됐다.


-잠재성장률이 2%선까지 떨어졌다.


△지금 우리 상황은 일본의 1990년대 초와 비슷하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시 일본에서도 한국의 추격으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는데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으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렸다. 이제 중국이 많은 분야에서 우리를 따라잡았다. 우리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잃어버린 20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신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 양성과 신기술 개발 지원 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제조업의 뒷받침이 없는 경제는 일자리 감소 등으로 퇴행할 수밖에 없음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도 제조업 경쟁력 강화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더 이상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11월로 앞당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최근 5.4%로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금리를 급격히 높이고 테이퍼링을 조기에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서 자산 가격 버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내년 말로 계획했던 금리 인상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연말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경기가 회복되면 수요 증가로 물가가 더 인상될 것이므로 시기를 더 앞당겨 금리를 급속히 높일 수도 있다.




김정식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이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이 있는 해에는 경제 위기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임기 말의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세계 경제의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원유 가격 상승, 전력 부족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5%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0.5%에서 올해 2%대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으로 자산 가격 버블이 발생해 주택 가격과 주가 등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높아진다면 자산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금융시장 혼란과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버블 붕괴에 따른 부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는 임기 말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대외적 다중 충격에 대응해 한국이 금융 위기나 외환 위기를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때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게 되는데 급격히 금리를 인상할 경우 주가와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한국 경제가 항상 위기를 겪었음을 유념해 경기 침체와 금융 부실 사태에 대비하며 재정 지출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 건전성 유지에 힘써야 한다.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 집값을 점진적으로 안정시켜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경제에 ‘회색 코뿔소(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가 많은 것 같다.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원유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움직임 등과 중국의 경기 침체 등 위험 요인은 많은데 대부분 대외적 충격이어서 한국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차선의 대책이라도 얘기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동절기 원유 가격과 전력 가격을 안정시키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과 중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가.


△현재 외환보유액이 4,7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자본 유출이 가시화하면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북한과 대치 중이어서 내국인에 의한 자본 도피와 안보 불안감이 상존한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외환시장 개입량을 공개하는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퍼펙트 스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출 증대와 재정 건전성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사태와 유사한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가.


△일단은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미국과의 600억 달러 통화 스와프가 안전판 역할을 해 당장 걱정할 점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금융회사 부실과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 부실 증가 그리고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 증가로 국가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자본이 유출돼 외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한국이 빨리 늙어가고 있는데 고령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6%로 고령사회(14% 이상)에 진입했다. 문제는 노후 소득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성장과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는 데 있다. 결국 복지 수요가 커질 것이고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가 굳어질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연금 체제를 확충해야 한다. 고령화로 인한 연금기관들의 적자가 줄어들 수 있도록 연금 체제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 집값 안정도 중요하다.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연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누구나 연금보다 부동산을 구입해 노후를 보장받으려 할 것이다.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모든 국민이 연금에 가입해 안정적 노후를 대비하는 연금 제도 정착이 가능해진다.




김정식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이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이 있는 해에는 경제 위기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임기 말의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He is…


1953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클레어몬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경제대학원 원장과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국제금융에 정통한 경제학자로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금융·국제분과위원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회장을 맡아 정치·경제 등 15개 사회과학 분야의 체계적 연구를 통한 국가 혁신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