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13일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과 배·보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에서 “5·18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선언한 보수 정당 대선 주자들이 ‘보수 불모지’인 제주에서도 과거사 해결을 내세우며 지지층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날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두 번째 합동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4·3사건을 언급했다. 유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4·3사건에의 완벽한 배·보상, 진상규명, 명예회복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4·3에도 정명(正名)이 필요하다. 도민들의 뜻을 물어 4·3의 이름을 찾아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홍 후보는 4·3사건 규명에 힘써온 고창훈 전 제주대 교수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1998년 추미애 의원이 4·3 특별법을 발의했을 때 찬성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지사를 역임했던 원희룡 후보는 4·3사건에 대한 입장을 각 후보들에게 물으며 논의를 주도했다. 원 후보는 4·3 희생자 배·보상금(8,960만원)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서 판결로 지급받은 평균 배상금(1억3,200만원)에는 근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 후보는 “판결 금액이 합당한 기준”이라고 말했고, 홍 후보도 “배상 금액은 법원 선례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나아가 “그보다 금액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거들었다.
원 후보는 또 “지금도 제주 4·3 사건이 이념의 대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국민의힘이 4·3 희생자에 대한 이념적 공세와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약속을 하자”고 제안했다. 홍 후보는 “지난번 4·3평화공원에 방문했을 때 대통령이 되면 4·3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도민들에게 약속했다”며 “적어도 보수 정당에 대통령들이 4·3기념식에 참석한 예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양민 학살이라는 반인권적 행위를 정부가 저질렀다면 명확하게 진상을 밝히고 보상하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 어렵다”며 “과거 냉전 상황 속에서는 정부가 입을 떼지 못하게 했지만 지금 무역 10대국에 들어간 만큼 이 부분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4·3은 1947년 삼일절 기념대회 당시 경찰의 발포사건 때부터 1945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군경의 진압 등 소요 사태로 양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 기간 동안 적게는 1만4,000명에서 약 3만명에 이르는 양민이 희생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