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수·세대 변화 예측하면 소비시장 '대장주' 파악 가능"

[미래컨퍼런스 2021]
■ 주제강연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가구원 수·구성 등 변수 조합해
미래 트렌드 읽고 기회 찾아야
韓, 2028년 M세대 3인가구 부상
美 밀레니얼·英은 X세대 공략을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 주최 ‘미래컨퍼런스 2021’에서 ‘시장을 읽는 도구, 인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초저출산 현상과 급속한 고령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인구구조의 변화란 ‘정해진 미래’인 만큼 코호트(세대)와 가구의 성격 등을 조합해 시장의 미래를 읽고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1’ 주제강연자로 나서 “인구구조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면 전략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구구조로 중위연령이 28세인 1991년의 대한민국, 중위연령이 44세인 2021년의 대한민국, 중위연령이 59세인 2051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사회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정부가 모두에게 바람직한 정책 대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만큼 개인 혹은 기업이 스스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인구학에서 그 판단의 핵심이 되는 것은 ‘가구(household)’의 변동이다. 시장 수요가 인구뿐 아니라 가구 수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지난 2000년 이후 국내 소비 시장의 성장도 가구 수의 비약적 증가와 관련이 깊다고 봤다. 2000년에서 2019년까지 인구는 10%(470만 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가구 수 증가율은 38.7%(560만 가구)로 약 4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는 인구가 18.8%(400만 명) 늘어난 반면 가구 수는 48.7%(320만 가구) 증가했다. 조 교수는 “부동산·자동차·가전 등의 소비 단위는 개인이 아닌 가구”라며 “인구학적으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진단했다.


인구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 고려해야 할 또 한 가지는 같은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 즉 ‘세대’다.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이들이 어떻게 바뀌어나가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분은 시간에 따라 이들의 소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조 교수는 “2020년대에 40대가 된 X세대 부부와 자녀 가구는 2010년대에 40대였던 베이비붐 2세대 부부와 자녀 가구와 비슷한 소비 특성을 공유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밀레니얼 세대 1인 가구와 부부 가구가 어떻게 바뀔지 이들의 양적·질적 측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구주의 세대와 가구원 수, 가구 구성 등을 조합하면 시장을 ‘세그먼트(segment)’로 쪼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를 통해 국내 소비의 중심이 되는 ‘대장주’를 알게 되면 창업이나 기업 마케팅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현재는 베이비붐 2세대를 중심으로 한 3인 가구가 198만 가구로 가장 많지만 오는 2028년부터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3인 가구가 가장 큰 세그먼트가 된다. 조 교수는 “지금은 워낙 밀레니얼 세대 1인 가구에 관심이 많지만 이들도 곧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된다”며 “2021~2028년은 세그먼트 구성이 크게 변하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조 교수는 흔히 쓰이는 ‘MZ 세대’라는 표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986~1996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6년 이후 태어난 Z세대는 부모 세대가 다를 뿐 아니라 남녀 출생 성비, 문화 코드, 대입 경쟁률, 노동시장 진입 등의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업이 해외 사업에 진출할 때도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한 시장분석은 필수다. 조 교수는 “미국에서든 영국에서든 2020년부터 2035년까지 가장 많을 가구는 베이비붐 세대 가구”라며 “이를 제외하면 2030년까지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영국에서는 X세대가 핵심 소비층”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조 교수는 베트남의 ‘도이머이 전기 세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의 가구 수는 2009년 2,200만 가구에서 2019년 2,700만 가구로 증가한 반면 평균 가구원 수는 3.8명에서 3.6명으로 줄어 한국의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한 소비 패턴을 보인다”며 “2035년까지 소비의 중심이 되는 도이머이 전기 세대, 즉 현재 베트남의 25~35세 인구를 공략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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