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배와 단감 등 한국의 인기 과일을 모방한 ‘짝퉁’ 중국 농산물이 판을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이를 관리해야 할 담당 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제대로 된 실태 파악도 하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의 한국산 둔갑 행태를 방치할 경우 국내 농가 소득의 피해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 훼손까지 우려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aT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배와 단감 등 중국산 과일이 한글로 표기된 상자에 담겨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로 수출돼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산 과일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는 셈이다. 배의 경우 중국산은 한국산의 25~30%대 가격에 팔리고, 단감은 20%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베트남이 수입하는 배 11만 톤 중 93%가 중국산이다. aT 조사에 따르면 중국이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배 가운데 30~40%가량이 한글이 적힌 우리 농산물 박스 형태로 포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농산물이 연간 3,300톤인 것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한국산 수출 물량의 10배 이상이 중국산 모조품인 셈이다.
동남아에서 중국산 농산물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담당 기관 대응은 허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삼석 의원실에 따르면 이 같은 실태를 확인하고 대처를 지시한 것은 aT 소속의 베트남이나 태국 주재원이 아니라 지난해 현지에 출장 갔던 농림축산식품부 국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aT는 지난해 이전 상황에 대한 자료는 확보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삼석 의원은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해외 주재원이 현황 파악도 못하고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중국산 모방품은 국내 농가 소득은 물론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