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여·수신 금리를 앞세워 출범한 토스뱅크의 날개가 9일 만에 꺾였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선포한 ‘가계부채와의 전쟁’ 영향을 피하지 못하면서 모든 대출 서비스가 연말까지 전면 중단됐다. 한도 5,000억 원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이면서 예금 상품만으로 고객을 맞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혁신 금융 산업 육성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에도 시중은행과 똑같은 잣대로 대출 총량을 제한하는 것을 두고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다. 대출 규제 압박에 인터넷은행이 성장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토스뱅크는 14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올해 말까지 적용되는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에 따른 조치로 토스뱅크도 일시적으로 대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며 “토스뱅크 대출을 기다리시던 분들께 불편함을 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이어 지난 5일 ‘3호’ 인터넷은행으로 야심 차게 출범했던 토스뱅크가 9일 만에 곳간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대출 등 여신 상품 전체의 서비스를 연말까지 중단하며 신규 대출은 물론 한도 증액도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토스뱅크가 국내 스무 번째 은행으로 출범할 때까지 이렇게 단기간에, 일시적으로라도 대출을 중단한 사례는 없었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토스뱅크는 6월 본인가를 받고 10월 초 정식 오픈을 준비했다. 그 사이 금융 당국은 올해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옥죄기 위해 전체 금융권에 총량 제한을 지킬 것을 압박했다. 전년 대비 대출 증가 규모를 최대 6%대로 맞추라는 지시에 대형 은행은 물론 인터넷은행·저축은행과 카드·보험사 등 예외 없이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낮췄다. 높아진 문턱에도 수요가 줄지 않자 대출을 아예 중단하는 곳이 늘어났다.
토스뱅크는 대출 옥죄기가 정점으로 치닫는 시점에 문을 열었다. 무려 150만 명이 넘는 고객들이 가입하겠다며 줄을 섰지만 토스뱅크는 대출 수요가 몰릴 것을 우려해 순차적으로 가입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금융 당국은 전년 실적이 없는 토스뱅크의 대출 한도를 4,639억 원으로 제한했다. 토스뱅크가 본인가 과정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 적힌 목표치였다. 토스뱅크는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며 금융 당국에 한도를 8,000억 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날 대출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토스뱅크 측은 “대출은 약 3개월 후인 내년 1월 초 서비스를 다시 열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금융 당국의 총량 규제가 풀리고 나서야 정상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토스뱅크의 최근 상황이 인터넷은행 전체의 신뢰도 문제로 퍼질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과 청년 전세대출 등 일부 정책 금융 상품을 제외하고 대출 중단에 나선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의 출시도 내년으로 미뤘다. 케이뱅크 역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한도를 연봉 이하로 제한하며 대출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