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같은 변화의 시기에는 기회가 큽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초기에 가치 있는 제안을 만들어 반드시 답은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되 안 맞다 싶으면 용기 있게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를 설립한 송치형(사진) 두나무 이사회 의장은 지난 12일 ‘대학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 서울대편에 나와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에게 ‘스타 비즈니스 만들기’의 비법을 공개했다. 송 의장이 외부 강연·토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2년 두나무를 창업하고 2017년부터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서비스하며 올 상반기 1조 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초대박’을 쳤다. 두나무는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송 의장은 지분 26%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는 최근 모교인 서울대에 150억 원을 기부하고 50억 원을 학교 스타트업 투자금으로 출자했다.
송 의장은 자신의 창업 성공 비결에 대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탐색 기간이 너무 길면 동료들이 지친다”며 “사업 성공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3년 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끈기와 우직함과 함께 실수를 인정하고 과감하게 끊고 돌아가는 유연성이 동시에 필요하다”면서 “지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의장은 서울대 전산학과(컴퓨터공학과) 98학번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인 다날에서 병역특례를 한 뒤 졸업 후 컨설팅사 등에서 5년 가까이 근무했다. 창업 초기에는 전자책 사업에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기 뉴스 추천 서비스 등 2년간 6개 사업을 시작해보고 그중 잘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다 보니 결국 대부분의 사업을 접었다. 전환점은 김형년 두나무 부사장(지분 13%)과 손잡고 증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2013년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부터다.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된 소셜 기능과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이 서비스는 카카오증권으로 발전했다. 그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암호화폐 거래가 급증하던 2017년 미국 비트렉스와 제휴해 업비트를 오픈한 후다.
송 의장은 “작은 부자는 노력이 만들고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며 “사업의 성패는 시장의 비어 있는 공간 찾기 여부에 달려 있는데, 변화의 시기에는 비어 있는 공간이 많고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업비트를 설립할 때도 2009년 비트코인이 나오는 등 암호화폐 시장 초기라 기회가 컸었고 끊임없는 서비스 개선과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시기에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에 초기에 진입해 1등 사업자가 되는 것이 ‘스타 비즈니스’를 만드는 핵심 노하우라는 것이다. 송 의장은 “이 과정에서 시장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훌륭한 팀원과 주변 조력자들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다만 CEO가 창업 초기 좋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핵심에 집중하지 않고 네트워크 확대나 벤처캐피털(VC)과의 미팅에 주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의장은 변화의 시기에 기회를 찾으려면 시장을 끊임없이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 기회가 얼마나 클지 파악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에 집중하고 때로는 포기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어렵지만 반드시 답은 있다”는 게 그의 아이디어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사태와 4차 산업혁명기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창업자에게는 큰 사업 기회일 뿐만 아니라 성공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 배라면 시장은 바람이다. 바람의 방향·세기에 따라서 달라진다”며 “시장에서 원하는 좋은 가치를 제안하고 다듬는 것이 힘들지만 서비스 변화를 꾀하며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랙핑크’ 등 유명 그룹의 히트작을 10년 넘게 꾸준히 만든 테디에게 ‘음악을 만들 때 어떤 방법론이나 패턴, 성공 방정식이 있느냐’고 묻자 그가 '처음 자리에 앉으면 막막하지만 다음으로 넘어갈 때 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면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을 때 공감이 갔다”고 전했다. 사업이나 서비스를 제안할 때도 왜,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결국 대중이 좋아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송 의장은 이날 2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강연과 토론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가치를 제안할 때 집중하거나 포기하는 것 모두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며 고향 선배인 야구 선수 박찬호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고향 선배인 박 선배가 ‘투수는 타자를 보는 게 아니라 포수를 봐야 한다. 던지고 싶은 곳에 정확히 던지면 타자가 치기 어렵다. 못 치는 타자는 이곳저곳 다 노린다’고 했는데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확신했다. 벤처·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뾰족한 바늘을 만들어 시장에 구멍을 내야 하는데 오히려 넓게 펴서 죽도 밥도 아닌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트업은 일단 바늘로 구멍을 내고 넓혀야 한다”며 “확신이 없을 때 기능을 늘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핵심이 아닌 것을 버릴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카카오의 경우에도 초기에 미국에서 부루닷컴이라는 웹2.0 등 여러 사업을 하다가 접고 무료 메신저로 방향을 돌리며 지금은 쇼핑·핀테크·모빌리티·웹툰 등 종합 플랫폼이 됐다고 비교했다. 그는 “내가 보는 것과 시장이 보는 것이 다를 때 너무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초기에는 사용자의 반응을 보고 매주 1~2회씩 업데이트하고 빠르게 대처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송 의장은 자신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경험했던 실패와 성공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창업 이후 업비트를 서비스하기 전 개인 재무 관리 서비스를 준비하다가 공개 전날 접었던 사연이 그것이다. 그는 “사업이 각자 결이 맞는 게 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투자를 계속 유치해야 하고 취향도 잘 안 맞았다. 올인할 수 있느냐 하는 회의가 들었다”며 “이로 인해 핵심 멤버들이 이탈하며 정말 힘들었지만 결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초보 대표이사로서 임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우왕좌왕했는데 이후 업비트 사업을 시작할 때는 목표 제시와 설득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 시너지 효과를 올렸다고 했다. “업비트를 하기 위해 시장을 조사한 뒤 조직원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프로젝트에 들어올 팀장을 모았죠. 이랬더니 살인적 일정을 감수하고 6개월 만에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는 “뭔가 하기로 결정했다면 반드시 문제를 풀어 답을 찾아야 한다”며 “성공 확률을 생각하지 말고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야 한계치까지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CEO의 임무는 더럽고 치사한 것을 감수하고라도 ‘올인’해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업비트 설립 직전 이런 글을 썼다고 고백했다. ‘골방에서 고민한 한 달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안 보이는 답을 놓고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버텼다.’ 그는 “성장하는 시장에 뛰어들어 서비스를 할 때 초기에 재방문·재구매 지표를 보고 높게 나오기 전에는 마케팅에 돈을 쓰지 말라”며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의 목표는 판매(영업)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너무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와 KAIST 등 좋은 대학 출신의 창업자들이 목표와 가설을 검증하는 데 집중할 뿐 자신이 틀렸다거나 기회가 적다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비전은 변화하고 진화한다. 두나무도 여러 번 사업 아이템을 바꾸며 성장했다”고 전했다.
송 의장은 마지막으로 “사업은 ‘운칠기삼’으로 모든 것을 철저히 계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놓아주고 성공해도 실력만으로 된 것이 아닌 만큼 절대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