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맛 맞추려…공기업은 해외 '수소' 개발만

액화수소 운송 기술 개발 안됐는데
한전, 濠 석탄광산에 수소산단 추진
가스公도 M&A·지분투자 등 적극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 서구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투자 예정지에서 열린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 기공식을 마친 후 현대로템의 수소트럭 내부 수소탱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주요 에너지·자원 공기업들은 희토류 등 자원 개발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수소 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모양새다. 아직 액화수소를 대규모로 운송할 수 있는 기술조차 개발되지 않았지만 공기업들이 다른 자원 대신 정부 입맛에 맞는 해외 수소 개발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자원 공기업들은 해외 수소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은 호주 바이롱 석탄 광산 부지에 수소산업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광산은 한전이 발전용 유연탄 채굴을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개발에 나선 곳이다. 지금까지 8,000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지만 정부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 금지 기조 속에 수소 개발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2030년까지 호주 등의 국가에서 그린수소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해 수소 연 83만 톤 공급을 목표로 내걸었다. 수전해, 수소 액화 등 기술력 확보를 위해 해외 수소 메이저 기업들과 협력하거나 인수합병(M&A), 지분 투자를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이들 기업이 적극적으로 해외 수소 개발에 나서는 배경에는 정부의 수소 산업 육성 정책이 있다. 정부가 8월 초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2050년까지 에너지 산업에 필요한 수소량(2,920만 톤) 중 80% 이상인 2,390만 톤을 호주·중동·러시아·북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온도가 100도 가까이 낮은 영하 253도에서 액체가 되는 데다 기화될 경우 폭발할 수 있어 운송이 쉽지 않다. 대규모 액화수소 운송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도 않았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50년 수소 2,390만 톤을 호주 등에서 수입하려면 수소 구입 가격은 별도로 하더라도 액화·수송·저장에만 66조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광산은 내다 팔기 바쁜 자원 공기업들이 운송도 어려운 수소 투자는 앞다퉈 나서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