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 등기'가 뭐길래…꿈쩍 않던 집주인에 연락왔다 [코주부]

나홀로 '좌충우돌' 전세 보증금 반환기 2회

/사진=이미지투데이

(편집자 주) 지난번 뉴스레터 '내용증명 처음 보내본 썰'을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고 나서 새로운 집 계약을 하지 않느냐. 먼저 계약한 것은 성급했다"면서 지적하시는 분도 있으셨어요. 더 적나라한 표현을 해주셨지만 그대로 싣기는 뭣해서 조금 순화시켜봤습니다. 신규 세입자를 구한 뒤 자신이 이사갈 집을 찾으라는 말은 너무 집주인 중심으로 생각하는 듯해 전 선뜻 동의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이야 에디터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여기고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피를 말리는 순간이었습니다. 현재도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고통을 받는 수많은 분들이 있는 만큼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는 조금 더 사회적으로 논의가 돼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시작이 길었네요. 이번 <코주부 레터>에서는 내용증명 반송 이후의 상황을 적어볼까 합니다. 특히 나홀로 진행한 전자소송 방법을 자세하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전세보증금 받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세보증금을 제때 반환 받지 못할 경우 세입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과 그 일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하는 방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글입니다. 그럼 '좌충우돌 전세보증금 반환기' 그 두 번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계약 만료일까지 1주일. 집주인으로부터 계약만료일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다는 말을 들은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집주인의 주소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을 빼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에서 나온 뒤 마음은 더 급해졌습니다.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였습니다. 당장 이사갈 집 잔금 마련, 그리고 집주인의 실제 주소를 알아내고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잔금이 제일 급했다…마통·신용·지인찬스 총동원

주택담보대출 한도(집값의 40%)까지 대출받은 터라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일단 인터넷 은행을 통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습니다. 한도가 5,000만원이더군요. 은행 신용대출도 받았구요. 누나에게도 손을 벌렸습니다. 두 달만 쓰고 갚겠다고 해서 3,000만원을 빌렸죠.


그래도 아직 6,000만~7,000만원이 더 필요했습니다. 대부업체에도 기웃거렸지만 사실 좀 두려웠습니다. 너무 높은 금리에다 편법이 필요하다는 말에 생각을 접었습니다. 결국 회사 선배와 지인들에게까지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선뜻 빌려주겠다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동안 헛살지는 않았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라는 자괴감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1주일 동안 걱정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잔금을 구해서 이삿날 이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참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해 돈 빌려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내는 너무 억울하다면서 울기까지 하더군요. 미안했습니다.


생애 첫 지급명령 "혼자서도 가능했다"

잔금을 마련하는 한편 변호사 친구가 알려준 대로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계약 만료일 다음날 지급명령부터 먼저 신청했습니다.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이를 검토해 법원이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지급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민사소송과 동일하게 취급하지만 절차가 간편해 본격적인 소송 이전에 주로 제기합니다. 물론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게 되면 민사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변호사나 법무사에 의뢰하려고도 했지만 전자소송을 하면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친구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정말 혼자서도 가능하더군요.(※주의 :법원 광고 아님)


tip 전자소송을 활용한 '나홀로' 지급명령 신청


-전자소송은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 화면



-아이디를 만들고 로그인을 한 뒤 전자서명을 위한 인증서를 등록합니다. 인증서는 은행이나 증권계좌용으로 쓰는 인증서면 됩니다.

-지급명령 버튼을 누르고 들어간 뒤 지급명령신청서 항목을 누릅니다. 그러면 화면이 바뀌어서 전자소송 동의 항목이 나옵니다. 동의를 누르고 당사자 작성을 누릅니다.

-본격적인 신청서 작성입니다. 사건명은 '임대차보증금', 소가는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입력하면 됩니다. 관할법원은 관할법원 찾기로 전셋집이 있는 시·군·구를 입력하면 나옵니다.

-당사자는 채권자와 채무자 2명입니다. 자신(채권자)의 정보를 입력하고 저장을 누르면 됩니다. 채무자(집주인)도 똑같이 해줍니다.


당사자 정보를 입력한 뒤 저장을 누르면 이런 화면이 뜹니다.

-청구취지는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아래 청구금액 및 독촉절차비용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구함"이라고 쓰고 청구금액과 돌려받을 돈과 연체이자 및 독촉절차비를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 됩니다.

-청구원인은 최대한 자세하게 씁니다. 임대차계약 내용과 왜 지급명령을 신청하는지, 그간에 있었던 일을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괄호 안에 표시합니다.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은 아래 그림을 참고하면 됩니다.


직접 작성한 지급명령신청서입니다. 작성하고 변호사 친구로부터 감수도 받았습니다.

-청구원인을 작성한 뒤 이제 증거를 파일 형태로 첨부합니다. 한글 파일 등 문서 파일도 가능하고 PDF, 엑셀 파일, 그림 및 사진 파일도 첨부할 수 있습니다. 파일명과 서류명 동일이라는 상자에 체크하면 파일명과 동일하게 첨부서류 제목이 등록됩니다.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첨부파일을 입력한 뒤 확인을 누르면 작성한 내용들이 전자파일 형태로 저장이 됩니다. 최종 확인한 다음에 '모든 문서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합니다'라는 상자에 체크하고 확인을 누르면 일단 소장 작성은 끝이 납니다.

-최종 확인한 뒤 소송비용을 납부합니다. 인터넷 결제를 해본 분들이라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문서 제출 화면으로 넘어와서 공인인증서에 서명하고 제출하면 소송이 제기됩니다.



























완성된 지급명령신청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뭐야?

한편 '척척박사' 인터넷에서는 가장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고 나와있더군요. 임차권 등기는 세입자가 기존 임대주택에서 이사를 가면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전출 신고를 하면 대항력이 사라질 것을 대비해 법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는 일입니다. 임차권 등기가 설정돼 있으면 전 세입자가 돈을 받지 못하고 이사를 간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세입자의 경우 임차권 등기가 설정된 후에 이사를 가야 대항력의 공백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임차권 등기에 대해서는 대개 이런 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요건은 계약만료로 해지를 통보, 합의를 하였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 신청이 가능하다.”


전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 뻔했고, 일부 글에서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근데 이게 아니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갔거나 또는 갈(전출 신고를 할) 경우에 신청이 가능했습니다. 시기는 계약이 '만료'된 이후여야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계약 만료 전 제기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법원에서 아직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정(서류 보완)명령을 내리더군요.


계약 만료 이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다시 진행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도 지급명령과 전자소송 절차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이라고 검색을 하면 관련 '탭'이 검색되는데 이걸 누르고 지급명령 소송처럼 소장을 작성하면 됩니다.



tip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첨부 서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때는 건물등기부등본 1통, 주민등록(등)초본 1통, 임대차계약서 사본 1통, 부동산목록 5통, 임대차계약해지통보서류(내용증명) 1통이 필요합니다. 나머지 서류는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발급받으면 되는데 부동산목록은 등기부등본을 보고 따로 정리를 해야 합니다. 제가 살던 집 빌라 부동산목록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내용증명은 지금까지 보냈지만 반송됐던 3통 모두 반송봉투와 속지를 스캔해서 첨부했습니다.










하여튼 하루를 할애해서 전자소송을 완료했습니다. 서류를 미리 준비해 놔서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시간은 꽤 필요했습니다. 제출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급명령은 서류 제출 후 2차례 정도 보정명령(주소보정명령 포함)이 나와서 수정 제출했습니다. (1회 참조)


주소보정은 보정명령서를 출력해서 회사와 가까운 구청에 제출하니 집주인의 초본을 뗄 수 있더군요. 보정명령이 나오면 양식에 맞춰서 제출하면 됩니다. 전자소송에서 '지급명령' 탭을 클릭하면 주소보정서라는 항목이 나오는데 그걸 눌러서 집주인의 초본을 첨부해서 제출하면 됩니다.


2019년 3월 28일 처음 신청서를 제출하고 난 뒤 보름 가량 지난 4월 11일 집주인의 정확한 주소지로 특별송달이 시작됐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지급명령은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을 하게 되면 정식 재판으로 가야 하는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정식 재판으로 갈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은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feat. 변호사 친구)


지급명령 후 이의신청…장기전이 될 것 같습니다

이의신청을 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기한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집주인이 이의신청을 하더군요. 이의신청 내용도 저로서는 인정하지 못할 내용이었습니다. '보증금을 상환할 능력이 안된다' '(자신도) 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세입자를 찾기 위해 집을 인근 중개업소에 내놨다' '집 청소 상태가 불량하고 벽지에 곰팡이가 쓸어 소개할 수준이 못 된다고 중개업자들이 얘기한다' 등. 그 날이 4월 30일. 계약 만료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하아~ 정말 기나긴 싸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급명령 결정이 나고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올 줄 알았습니다. 어차피 전세보증금은 제 돈이고 채권-채무관계가 확실한 만큼 연락이 와서 당장 못 갚더라도 대안을 제시해 줄 걸로 생각했습니다. 아내랑도 "일부라도 먼저 변제한다고 그러면 소송 취하하자"는 얘기도 나눴습니다. 그런데 웬걸. 연락은 오지 않고 이의신청했다는 소식만 들려오네요. 더 화가 났습니다.


지난 1회 기사를 보시고 어떤 분이 "대체로 중개업소 사장님은 집주인 편만 들더라"고 반응을 보여주셨는데 저 역시 그랬습니다. 집주인은 연락이 없는데 집을 내놓은 중개업소 사장님은 "관례다. 어쩔 수 없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주기 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소송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받을 수도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지금 하는 일이 무의미한 일이다, 뭐 그런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세입자는 집주인이 돈을 내어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야 하나요? 왜 계약 만료에 맞춰서 제 돈을 받아가겠다는데 돌려줘야 하는 사람이 받아야 하는 사람보다 더 당당할 수 있는 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임차권등기명령 우여곡절 끝에 완료하자 연락 온 집주인

지급명령 건은 일단락이 됐고 함께 진행했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차례의 보정명령이 있었구요. 이사를 나갔는지 등을 확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몇 차례 보정서를 써보니 보정서 작성, 더 이상 어렵지 않았습니다. 보정서 제출 후 바로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났습니다. 4월 초였습니다. 하지만 임차권등기명령은 집주인(임대인)이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효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후에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죠. 집주인이 통보받고 등기부등본에 기재되기 전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시 첨부해야하는 부동산 목록은 이렇게 작성했습니다.

여하튼 임차권등기명령이 나온 그 당시에는 집주인의 실제 주소를 모르고 있었죠. 법원도 3차례 이전 계약서 상 주소로 결정정본을 발송하다가 4월 24일이 돼서야 공시송달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공시송달은 법원이 송달 장소를 알 수 없는 등의 경우에 송달할 서류를 보관해뒀다가 당사자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교부할 뜻을 법원 게시장에 게시하는 송달 방법입니다. 임대인이 받지 않더라도 2주가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 전 주소보정을 하려다가 오히려 시간이 더 끌게 될 것 같아서 그대로 내버려뒀습니다.


정확한 주소를 적었더라도 해당 주소지에 살고 있는 사람이 결정정본 받기를 거부한다면 시간만 계속 지날 것만 같았습니다. 결국 5월 9일 법원에서 등기국에 기입등기 촉탁서를 발송했습니다. 이제 등기국에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을 등록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보증금 줄 돈 없다고 버티던 집주인한테서 연락이 온 것은…(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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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요구한 주소보정 명령서. 주소보정 명령이 나온 뒤 7일 안에 보정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서울경제의 재테크 뉴스레터 ‘코주부’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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