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원도에서 진행 중인 풍력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 사업에서 수소 생산 비용을 실제보다 훨씬 낮게 추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생산과정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풍력발전 비용을 0원으로 책정해 그린수소 생산 비용을 낮췄다.
17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가스기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강원도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 관련 자료에 따르면 풍력발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1㎏당 생산 단가는 1만 6,58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한국가스기술공사의 사업 제안서에서 언급했던 충전소 판매 단가 1㎏당 7,250원의 2배가 넘는다. 당시 보고서에는 “충전소 판매 단가는 1㎏당 7,250원으로 현재 강원도 수소 판매가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인 만큼 도민 에너지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과소 추계는 수소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 비용이 없다고 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추계에서 발생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사업 제안서에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풍력발전의 전기 단가를 0원으로 책정했다. 그린수소는 수소 두 개와 산소 한 개로 이뤄진 물 분자를 전기로 쪼개 만든다. 사실상 전력 비용이 생산 단가의 절반 이상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풍력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 사업의 경제성 분석에서 전력 비용이 0이라면 풍력이 아니라 그 어떤 에너지원을 들고 와도 똑같은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엉터리 경제성 평가 배경에 ‘신재생·탈원전’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린수소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유용하다는 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런 경제성 평가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7일 공개한 ‘수소선도국가 비전’에서는 청정수소 보급 확대 등 수소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총망라했지만 원자력발전 활용 방안은 빠졌다. 연내 발표할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도 원자력 기반 그린수소 생산 방안은 포함되지 않을 예정이다. 정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린수소 생산에는 원전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원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계획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원전을 활용해 향후 그린수소 가격을 1㎏당 2달러 수준까지 낮출 방침이며 영국 원자력산업협회는 오는 2025년 12~13GW 규모의 원자력발전을 활용해 매년 75TWh급의 수소를 양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