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새로운 변화의 바람, 살고 싶은 어촌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최근 방영된 ‘시사기획 창-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라는 TV 프로그램은 ‘지역 소멸’ 위기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지방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출생 인구도 감소해 30년 후에는 전국 시군구의 46%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기록되는 등 본격적인 인구 감소 시대에 진입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어가 인구는 10만 5,000명으로 2019년 대비 14.2% 감소했으며 어촌의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 비율은 36.2%로 전국 평균의 약 2배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오는 2045년에는 어촌의 약 80%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 어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위기를 일찍이 감지하고 어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2018년 ‘어촌뉴딜30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어촌뉴딜300’은 어촌이 보유한 핵심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고 낙후된 어촌과 어항을 지역 특성에 맞게 통합·개발하는 대표적인 생활 SOC 사업이다. 해수부는 낙후된 전국의 소규모 항·포구와 어촌마을 중 300곳을 선정해 사업비 총 3조 원을 투입해 어촌 접근성 제고를 위한 해상 교통 시설 현대화, 어촌의 핵심 자원을 활용한 해양 관광 활성화, 어촌 지역의 공동체 역량 강화를 통해 국가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 3년 차에 접어드는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여객선 접안 시설과 선착장 준공으로 목포와 직항 노선이 생겨 5시간 뱃길이 2시간 남짓으로 짧아진 전남 신안 만재도, 어항 정비 이후 방문객이 증가하며 활기를 되찾고 있는 인천 강화 후포항, 월파 방지 시설 설치로 상습 침수 위험에서 벗어난 경북 경주 수렴항 등 어촌뉴딜300 사업의 열매는 고스란히 어촌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300개의 마을이 어촌뉴딜 사업으로 정주 기반과 어업 기반이 개선되는 혜택을 누렸지만 여전히 2,000여 개 어촌의 항·포구가 낙후된 채로 남아 있다. 또 생활 기반 확충 등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은 향상됐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어촌으로 유입시키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해수부는 어촌뉴딜300 사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어촌에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고 도시 못지않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포스트 어촌뉴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 어촌뉴딜 사업으로 어촌에 부는 새 바람이 더 큰 바람이 돼 우리 어촌이 활기찬 삶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