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 이어 새로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콘텐츠 관련 주들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의 창작 생태계에 대한 가능성이 입증되면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출시가 임박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콘텐츠 산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주가 상승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콘텐츠 관련 주들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마이네임의 제작사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는 전 거래일 대비 29.97% 오른 4,315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으며 하루 거래량은 6,300만 주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매수세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79억 원 ,674억 원을 팔아치운 가운데 개인이 1조 6,153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마이네임은 배우 한소희가 출연하는 여성 액션 복수극이다. 지난 15일 공개 이후 가파르게 순위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 넷플릭스의 전 세계 톱 TV쇼 부문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콘텐츠 대장주인 제이콘텐트리(036420)도 이날 8.3% 급등했다. 제이콘텐트리는 다음 달과 내년 1월 각각 시리즈물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을 내놓는다. 제이콘텐트리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흥행한 ‘D.P.’를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의 모회사다. 콘텐츠발(發) 강세는 게임 업계에까지 퍼졌다. 종합 콘텐츠 기업 투자를 강화하며 체질 전환을 선언한 모바일 게임 기업 컴투스와 지주사 게임빌이 각각 10.4%, 19.8% 올랐다.
투자자들은 콘텐츠주의 높은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을 통해 K콘텐츠의 가능성을 본 OTT 업체들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 콘텐츠 전담 자회사를 설립하고 스토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한국에 투자한 비용은 5,500억 원이다. 지난 6년간 전체 투자액(7,700억 원)의 3분의 2를 훌쩍 넘어섰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지닌 힘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사례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의 콘텐츠 순위를 보면 인도네시아·베트남·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상위 10개 콘텐츠 중 5~7개는 한국 콘텐츠였다”며 “이제 한국 콘텐츠는 한국인들만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시아, 더 나아가서는 미국까지 공략이 가능해졌고 성장성이 굉장히 높은 산업 분야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 국내에 출시될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도 새로운 투자 파도를 몰고 올 전망이다. 디즈니코리아는 지난 14일 연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당시 공개된 약 20편의 아시아 지역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한국 콘텐츠는 7개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DTC사업총괄은 “한국 콘텐츠에 향후 수년간 대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고품질의 매력적인 콘텐츠가 한국 등 아태 지역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OTT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소형 제작사들의 성장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 제작 수요는 점차 늘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형사보다 중소형사에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로 이날 에이스토리(241840)(12%)·NEW(160550)(12%) 등이 강세를 보였다. 오 연구원은 “넷플릭스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지 않아 계약 조건이 유연하고 대작 라인업을 보유한 에이스토리·NEW·삼화네트웍스 등 중소형 제작사의 성장성이 더 드러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