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계각층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자리매김하면서 공공 기관들이 ESG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공공 기관의 ESG 채권 발행액이 올해에만 11조 원까지 늘어난 가운데 정부와 연기금의 ESG 채권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발행액이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19일 채권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공 기관이 발행한 ESG 채권 규모는 11조 원으로 집계됐다. 공사채 총발행액의 3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달 들어서만 1조 5,000억 원이 늘어났다. 발행 주체 역시 지난해 4곳에서 12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SG 채권이란 환경보호 목적의 녹색채권, 중소기업 및 취약 계층 지원 목적의 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을 뜻한다. 채권 발행 자금이 친환경이나 사회적 이득 창출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채권이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ESG 채권은 주택 안정을 위해 대출해주는 사회적채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에 따라 녹색채권 발행이 급증하며 ESG 채권시장의 덩치를 키웠다.
이날 기준 ESG 채권 발행 상장 잔액은 147조 9,2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발행이 90조 1,77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4%가 늘어난 셈이다. 발행 기준으로는 지난달 이미 67조 원을 웃돌며 전년 발행액인 64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ESG 채권 발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주택공사 외에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중소기업 전환을 위한 공사채 비중과 주요 연기금 ESG 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ESG 분야에 4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주요 연기금의 책임 투자 규모는 2019년 33조 원에서 지난해 103조 원까지 늘었다. 국민연금은 ESG 투자 비중을 12.2%까지 확대했으며,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부터 건강보험관리공단, 우정사업본부, 정부 유관 기관은 ESG 채권형 위탁 펀드 설정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인프라, 주택 건설 확대를 감안할 때 지방 개발공사, 도로공사 등의 ESG 채권 발행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발행사와 투자자 양쪽 다 ESG 투자를 선호하는 터라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ESG 채권 펀드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연기금풀·우정사업본부·기술보증기금 등이 ESG 채권 위탁 펀드 선정에 나섰고, ESG 콘셉트로 출시된 공모펀드 역시 1년간 자금이 5,642억 원 증가하는 등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을 지원해주기 위한 자금으로 발행되는 ESG 채권과 공기업들의 뉴딜 관련 채권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며 “탄소 중립 관련 투자 확대와 글로벌 기후변화 관련 규제 강화로 수소전기차나 2차전지·신재생에너지·친환경 설비 전환과 관련한 녹색채권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